#10

by 박광우

​난 확실히 베짱이 기질이 있는 건 아닐까도 싶다. 따뜻한 거 좋아하고, 얽매이는 거 싫어하고, 타고난 천성도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가 싶은데, 과거엔 타고난 천성과 반대되는 삶을 살아와서 그나마 지금 현상 유지를 할 수 있게 된 건 아닐까도 싶고.
​물론 현상을 유지하는 그마저도 이제 끝자락에 이른 게 아닌가 싶어서 슬퍼하는 중이긴 하다만.
​글쎄다. 앞으로의 남은 생은 지나온 시간처럼 근면성실하게 부지런히 유난을 떨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타고난 본성대로 나의 있는 그대로의 속도대로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내가 지금 삶이 흔들리는 이유는, 없던 에너지를 끌어와서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저 내가 조용히 충전한 에너지만으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행 에세이나 취미 혹은 일상의 이야기를 쓰면서 살아갈 것인가?
​누군가는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이라고 고뇌했지만, 나는 "to follow passion and live, or to endure pain and survive - that's the question"이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오전이구나. 흔히 말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여있구나.
​강산이 한 번씩 바뀔 때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나는 매번 현실의 무게 앞에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이번에 다시 현실 때문에 되돌아간다면, 다음 십 년은 또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생각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무겁구나.
​나의 이런 생각에 혹자는 '배가 불렀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의 무게를 힘겹게 버텨온 삶을 계속 이어간다는 건 말처럼,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들이 드는 오전이라니. 어허, 이런.
​언젠가 artspace라고 전시 공간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지하 공간으로 들어가는 중에 우연히 발견한 카페 유리벽에 적혀있는 글귀가 생각이 난다.
​김은주 작가의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의 한 구절인데, "미리 괜찮다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괜찮아질 테니."였던 것 같은데. 미리 사서 걱정하는 건 그만 내려 두고 괜찮다고 생각해 보기로 하련다.
​흔들리는 것도 결국 마음의 문제이니.
​마음을 미리 괜찮다고 다스려보는 걸로 할까 싶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별다방 가서 원고나 살펴볼까나.

© 2025 에리기. 마음속 생각을 담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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