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확실히 베짱이 기질이 있는 건 아닐까도 싶다. 따뜻한 거 좋아하고, 얽매이는 거 싫어하고, 타고난 천성도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가 싶은데, 과거엔 타고난 천성과 반대되는 삶을 살아와서 그나마 지금 현상 유지를 할 수 있게 된 건 아닐까도 싶고.
물론 현상을 유지하는 그마저도 이제 끝자락에 이른 게 아닌가 싶어서 슬퍼하는 중이긴 하다만.
글쎄다. 앞으로의 남은 생은 지나온 시간처럼 근면성실하게 부지런히 유난을 떨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타고난 본성대로 나의 있는 그대로의 속도대로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내가 지금 삶이 흔들리는 이유는, 없던 에너지를 끌어와서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저 내가 조용히 충전한 에너지만으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행 에세이나 취미 혹은 일상의 이야기를 쓰면서 살아갈 것인가?
누군가는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이라고 고뇌했지만, 나는 "to follow passion and live, or to endure pain and survive - that's the question"이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오전이구나. 흔히 말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여있구나.
강산이 한 번씩 바뀔 때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나는 매번 현실의 무게 앞에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이번에 다시 현실 때문에 되돌아간다면, 다음 십 년은 또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생각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무겁구나.
나의 이런 생각에 혹자는 '배가 불렀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의 무게를 힘겹게 버텨온 삶을 계속 이어간다는 건 말처럼,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들이 드는 오전이라니. 어허, 이런.
언젠가 artspace라고 전시 공간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지하 공간으로 들어가는 중에 우연히 발견한 카페 유리벽에 적혀있는 글귀가 생각이 난다.
김은주 작가의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의 한 구절인데, "미리 괜찮다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괜찮아질 테니."였던 것 같은데. 미리 사서 걱정하는 건 그만 내려 두고 괜찮다고 생각해 보기로 하련다.
흔들리는 것도 결국 마음의 문제이니.
마음을 미리 괜찮다고 다스려보는 걸로 할까 싶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별다방 가서 원고나 살펴볼까나.
© 2025 에리기. 마음속 생각을 담은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