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by 박광우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가! 잠 못 이룬 지난밤,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정보에 대해 혼자 고민을 하다가, 지금 고민해 봐야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서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불현듯 오래전 함께 근무했던 학교의 타과 선생님이 생각이 나서.
​염치 불고하고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오히려 연락을 주셨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음 주에 찾아뵙기로 했네. 퇴직 후에도 교단에서 근무할 기회가 생겨서 학교에 나가신다는데, 그 학교로 알아서 찾아오라고 하시는데 너무 기분이 좋던 듯.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콜럼버스 느낌이랄까? 하하하하.
​나 학부 때, 그러니까 20대 극초반에 알고 지냈던 타대학 형이 있었는데, 내가 그 형이 개원한 지 거진 강산이 한 번 바뀔 때쯤에 내가 간다는 말 없이 찾아간 적이 있었거든. 그때의 기분과 흡사하게,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 새로운 여행지를 여행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네.
​게다가 내가 교단에 있을 땐, 난 오직 중학교에서만 근무를 했고, 이분을 알게 된 곳도 당연히 중학교였는 데다 현재 이분이 고등학교에 나가시니,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여행 간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 가는 거니깐 되게 신선하다는 느낌도 드네.
​일단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연에 한 번 내가 감독관주의사항 종이를 받으며 스트레스에 전날 밤 잠 못 이루게 하는, 오직 수능 당일날에만 가는, 4교시가 끝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단 생각이 드는, 매번 새로운 느낌의 공간이기도 하고. 교직원이나 학생 수도 거진 두 배인 데다, 같은 과 선생님들도 학년별로 만날 일이 없어서 한 해가 마무리될 때쯤에야 알게 된다는 말도 있고, 물론 이런 건 현직에 있는 타과 동기에게 들은 말이지만.
​여하튼 그래서인지, 새로운 지역의 고등학교를 찾아간다는 게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된 것 마냥 감회가 새롭네.


© 2025 에리기. 마음속 생각을 담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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