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F

by 박광우

식후에 한 시간 잔다고 잠시 눈을 감았는데, 눈을 뜨니 2시간 가까이 흐른 것 같네. 지금이야 큰 문제로 여기지 않지만, 세월이 흘러 하루하루 잠을 청하고 눈을 떴을 때, 간절함과 함께 아침의 햇살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도 찾아오겠지? 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천천히 찾아오길 바라.
​맨투맨에 만만한 청바지를 입고, 한동안 사고 싶어서 눈독 들여놨던 크로스백을 메고, 현관문을 나서니 낯선 이들이 내리는 비를 피해 발걸음을 옮기는 걸 목도하게 되네.
​그래서 웃으며 나의 분신과도 같은 네이비 우비상의를 주섬주섬 가방에 넣었다가 1층 현관문에 도착하자마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우비를 꺼내어 지퍼를 잠그지 않은 채로 걸치고 집 근처 카페로 이동하는데, 그런 생각이 든다.
​최근 며칠 지나치면서 봤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나같이 부녀가 걸어갈 땐 유독 아버지의 해맑은 미소가 스며들어있고, 모자지간엔 밝지는 않지만 힘 있게 맞잡은 손이 보이더라. 그리고 하나같이 자세히 살펴보면, 지극히 당연한 거지만 가족은 생김새가 다 조금씩이라도 닮아있다는 게지.
​물론 부자와 모녀지간에도 웃음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근 내가 가는 길엔 못 봤던 것 같네.
​카페에 오니 역시 저녁시간이어서 그런가 평소에 무조건 앉아야 했던 자리들이 '어서 와!'라고 말하듯 내게 손짓을 하고, '라테 사이즈업 쿠폰'을 받아서 카운터에 가서 "쿠폰 사용해서 그란데 사이즈 아카떼 주문 가능할까요?"라고 하니 가능한 건지 흔쾌히 내가 뱉은 말을 주워 담아 다시 확인을 해주셨어. 주문한 아카떼를 컵에 받아 들고 짙은 주황색 소파에 앉았는데, 그러고 보니 항상 콜드 부르나 일명 '바크콜'만 주야장천 주문해서 마셔서인지 아카떼를 주문해 놓고 무언가 조금 어색함을 느꼈어. 하하하.
​스테인리스 텀블러 중에 눈에 넣어둔 게 있는데, 내가 굿즈마니아는 아니지만, 항상 그란데 사이즈가 없어서 불만이었던 시간을 생각해 보면, 바로 사야 맞는데 지금 사고 싶은 욕망이 거진 내 목까지 가득 찼기 때문에, 아마 내일쯤이면 구매를 하지 않을까도 싶네.
​보통 정말 필요한 경우에도 비교대조하면서 2주, 3주 때론 한 달까지도 보다 보다 구매를 하는 성격이라 어디서 이런 걸 배웠는지는 모르겠다만, 무슨 '조륵의 자린고비'도 아니고 생선 걸어놓고 한번 보고 간장 한 번 맛보는 짓을 하고 있네. 껄껄껄. 수다를 다 떨었으니, 이제 슬슬 오늘의 일을 시작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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