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신나고 재밌는 순간들을 기록할 순 없지만, 오늘은 그래도 나름 뿌듯한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볼까 하네.
내 개인 SNS 계정에 어떤 이가 팔로우 요청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내가 첫 해에 근무했던 학교의 제자 녀석이었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보다 먼저 새로운 가정을 이룬 모습에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그랬지. "오! 그럼 내가 이제 형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지?" 하하하.
그래서 빠르게 연락처를 교환하고 전화 통화도 하면서 "멋지다! 파이팅 해라"라고 말을 건네었는데, 무언가 내가 선물을 해야 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무한 아이서핑을 하다가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되는 책 한 권이랑 육아 백과와 관련된 책 한 권을 더 해서 총 두 권을 선물을 했네.
참 신기한 게, 제자들에게 마음을 나누는 건 아깝지가 않더라고.
선물을 하고 나니 줄어든 잔고에 대한 걱정이란 빈자리를, 나도 무언가 그 녀석에게 도움을 줬다는 뿌듯함이 대신하더라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제자 녀석과 통화하니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쌤은 말이다"가 입버릇처럼 나오던 듯.
신기해. 제자들과 함께하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기도 하고 때론 쌤이 되기도 하고, 이젠 친구가 되어서 같이 걸어간다는 사실이.
몇 해 전에 이 녀석이랑 다른 한 놈이 있었는데, 이 녀석들에게 "고기 사줄 테니까 나와라" 해서 셋이서 고기 먹고 맥주 한 잔씩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격세지감이라고 했었거든.
안타깝게도 이 중에 한 놈은 뭐가 급했는지 먼저 하늘로 갔고, 그래서 내가 그 녀석 장례식장에도 갔었거든. 하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 그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이. "그래서 어떻게 행복하냐?" 하니,
녀석이 내게 그랬어. "지갑은 얇지만 행복합니다"라고. 그래서 그랬지.
"다행이다.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서 네가 행복하다면 열심히 하라"라고. "내가 다 기쁘다"라고 그랬었지.
이 녀석은 내게 자신은 고등학교 안 가고 돈 벌 거라고 그랬던 놈이었거든. 그런데 술 한잔 할 땐 고등학교 졸업해서 착실하게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를 했을 때였고, 알려준 주소대로 찾아가서 고기 한 점 먹으면서 "친구 한 놈 더 데리고 오라"고 했었거든. 그때 오늘 책을 선물한 녀석과 이미 하늘로 간 그 녀석을 졸업한 지 십여 년 만에 만나게 된 거지.
글쎄다. 아무래도 첫 제자들이다 보니까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또 이렇게 간헐적으로나마 연락을 하게 되는 듯하네.
겨울이 다가오니 어느 정도 또 시간이 흐른 뒤에 날이 따뜻해지면 "집에 한 번 간다"라고 말을 건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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