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by 박광우

매번 신나고 재밌는 순간들을 기록할 순 없지만, 오늘은 그래도 나름 뿌듯한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볼까 하네.
​내 개인 SNS 계정에 어떤 이가 팔로우 요청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내가 첫 해에 근무했던 학교의 제자 녀석이었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보다 먼저 새로운 가정을 이룬 모습에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그랬지. "오! 그럼 내가 이제 형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지?" 하하하.
​그래서 빠르게 연락처를 교환하고 전화 통화도 하면서 "멋지다! 파이팅 해라"라고 말을 건네었는데, 무언가 내가 선물을 해야 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무한 아이서핑을 하다가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되는 책 한 권이랑 육아 백과와 관련된 책 한 권을 더 해서 총 두 권을 선물을 했네.
​참 신기한 게, 제자들에게 마음을 나누는 건 아깝지가 않더라고.
​선물을 하고 나니 줄어든 잔고에 대한 걱정이란 빈자리를, 나도 무언가 그 녀석에게 도움을 줬다는 뿌듯함이 대신하더라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제자 녀석과 통화하니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쌤은 말이다"가 입버릇처럼 나오던 듯.
​신기해. 제자들과 함께하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기도 하고 때론 쌤이 되기도 하고, 이젠 친구가 되어서 같이 걸어간다는 사실이.
​몇 해 전에 이 녀석이랑 다른 한 놈이 있었는데, 이 녀석들에게 "고기 사줄 테니까 나와라" 해서 셋이서 고기 먹고 맥주 한 잔씩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격세지감이라고 했었거든.
​안타깝게도 이 중에 한 놈은 뭐가 급했는지 먼저 하늘로 갔고, 그래서 내가 그 녀석 장례식장에도 갔었거든. 하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 그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이. "그래서 어떻게 행복하냐?" 하니,
​녀석이 내게 그랬어. "지갑은 얇지만 행복합니다"라고. 그래서 그랬지.
​"다행이다.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서 네가 행복하다면 열심히 하라"라고. "내가 다 기쁘다"라고 그랬었지.
​이 녀석은 내게 자신은 고등학교 안 가고 돈 벌 거라고 그랬던 놈이었거든. 그런데 술 한잔 할 땐 고등학교 졸업해서 착실하게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를 했을 때였고, 알려준 주소대로 찾아가서 고기 한 점 먹으면서 "친구 한 놈 더 데리고 오라"고 했었거든. 그때 오늘 책을 선물한 녀석과 이미 하늘로 간 그 녀석을 졸업한 지 십여 년 만에 만나게 된 거지.
​글쎄다. 아무래도 첫 제자들이다 보니까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또 이렇게 간헐적으로나마 연락을 하게 되는 듯하네.
​겨울이 다가오니 어느 정도 또 시간이 흐른 뒤에 날이 따뜻해지면 "집에 한 번 간다"라고 말을 건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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