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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휘둘리는 중독자를 위하여

중독자에게

by 이용기

감정에 민감하면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독자들은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고 늘 자책하며 사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이 술이나 마약, 도박이나 성중독에 빠졌을 뿐이다.


감정에 민감한 중독자들은 타인을 살피는데 아주 능숙하다. 상대가 중요하든 아니든, 지위가 높든 낮든 가리지 않는다. 잘 생겼든, 돈이 많든 가난하든......

중독자는 남을 섬세하게 살피는 애처로운 사람이다. 소중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쓸데없이 자책을 즐기는 이타적인 존재다. 열등감과 치욕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에 매달리는 사람, 그들이 바로 중독자들인 것이다.


'중독적 성격'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집단이 있다. 단주를 위해 모이는 알코올중독자 자조모임이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 모임에 다니는 사람이다.

모임에서는 과거 자신이 술 마실 때는 어떠했고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를 고해한다. 그때마다 중독적 성격이란 말을 하며, 나는 중독자라서 이런 성격을 가졌다고 고백하고 자책한다.


나는 기적을 만들고 싶어 한다. 물론, 남들도 깨어나길 그리고 기적을 만들기를 원한다.

나는 가끔 중독적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 사람 모두가 중독적 성격 즉 집착, 갈망, 자기 비하, 타인 비난, 자기 연민 그리고 희생자라는 감정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모임에서 내가 중독적 성격이란 표현을 한 내면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한심하다.


모든 사람은 탐욕한다. 비교하고 남을 비난한다. 뉘우치지 않고 자신을 정당화한다. 이런 무지렁이들이 세상에 천지로 널렸는데, 중독자들은 모임에 나가 반성한다. 그리고 단주를 이어간다. 중독자이기에 남들의 비난을 겸허히 받으며, 남들을 비난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무언가 중독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나는 불합리하게 생각한다. 유명해진다면 칼럼이나, 문학 작품에 이 감정을 녹여내고 싶다.

그리고 중독자의 심리에 대한 멋진 글을 남기고 싶다. 모임에 나가 노숙인들과 함께 했던, 그들 발언을 들을 때 그들을 무시했던 나의 잠재의식, 그 부채의식을 갚고 싶다. 나는 그들보다 모자란 무지렁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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