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끝났다.
의과대학 초년생 때 임신을 한 주인공이 '차정숙'이다. 다른 여학생과 CC로 소문난 남학생과 어쩌다 아이를 갖게 되고 그와 결혼한 차정숙은 부른 배를 안고 그 둘과 같이 의대를 졸업한다. 세월이 흘러 차정숙은 전업 주부로 이십여 년을 살았고 CC였던 두 사람은 의사가 되었다. 두 사람은 불륜관계다.
차정숙이 병원에 실려간 순간에 그 둘은 학회를 핑계 삼아 해외여행을 떠난다. 시청률이 확 오른 순간이었으리라. 차정숙이 간 이식을 해야 살 수 있는 순간에도 시모와 불륜녀는 남편의 간 공여를 반대했다. 그래도 주인공은 살아남는 법. 다행히 제삼자의 간을 공여받고 깨어나는 순간에 그 남편은 아이들과 같이 차정숙을 들여다보고 섰다.
코믹과 반전을 거듭하며 쫀쫀하게 짜인 줄거리와 대사가 주는 재미는 컸다. 두 달여간 본방과 재방을 타며 쫓았다. 주인공 차정숙에게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했을까? 순발력 있게 진도를 빼던 드라마는 그러나 마지막 방송에서 기대했던 뭔가가 없었다고 아쉬워들 한다.
작가인들 고민이 깊지 않았겠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해석을 요구하며 보았겠는가. 현실에서 자신이 행할 수 없는 결과를 기대하고 카타르시스를 바라며 TV를 지켰을 것이다. 그러나 주말저녁 국민 드라마라는 점, 남녀노소 전 세대가 보고 있다는 점을 작가도 알고 있지 않았겠나. 지금 대중이 아는 그 바른 길을 갈 확률이 높았다.
차정숙이 육아와 가사에 몰입한 기간이 에너지가 되지 않았을까. 자녀들의 고른 성장과 이루어 놓은 가정은 다른 몰입의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큰 병을 겪은 후 남몰래 '전공의' 시험을 준비하는 데 힘이 된 것이다. 그러나 가정도 사회의 한 부분이다. 뜻대로만 되는 일은 드물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집중하여 본 부분이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차정숙'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상처받고 복수하는 모습이 나오진 않았다. 오히려 그 상처를 주위 사람들이 고루고루 나눠 가지는 모습이었다. 양쪽 아이들이 받고 양쪽 부모가 받고 원인 제공을 한 당사자들이 상처를 나눠 입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3년 뒤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만하게 그렸다.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의원'을 내고 누구는 병원장이 되고 가족이 봉사활동을 가는 모습. 물론 그 상처가 너무 컸기에 '차정숙'은 이혼으로 결론을 냈다. 그럼에도 제각기 최선의 모습으로 사는 정경을 보여줬다.
인생은 하루하루 지나가는 한정된 시간이고 쉬 흘러 보내기에 아까우니까, 가정을 이루는 가족들 모두 자기만의 삶은 소중하니까 그 공통된 목적만으로도 또 삶은 어우러져 간다. 애초에 가정이든 사회든 구성원 간에 좀 더 관심과 애정을 주고받았다면 서로 말로 나눠보지 못했던 그러나 희망해 왔던 윤택한 삶을 살아 나갈 수 있었으려나.
또 다른 한 삶을 그려낸 '닥터 차정숙'이라는 드라마가 휭 지나간 자리. 주말 그 시간을 채울 뭔가를 찾아야 한다. 이제는 드라마 말고 기술을 고민해 볼까. 너무나 다르고 정말로 신기하게 각자의 세상의 틀에 둘러싸인 사람들과 공동의 목표를 발견해 내는 방법. 그 이야기를 푸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