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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배우는 스몰토크

by 사과꽃


신지영 님의 책(언어감수성 수업, 2024) 후반부에 스몰토크가 나온다. 허리가 아파서 눕고 글자가 흐릿해져 덮고 집에서 책 읽기는 쉽지 않다. TV나 간식의 유혹도 크다. 읽다가 덮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데 그 와중에 책의 절반을 넘기고 있으니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고 재밌어서 자꾸 끌린 덕이다.


스몰토크란 사교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가볍고 소소한 대화다. 그리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로 미국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 한 곳에 좀 더 같이 머물게 되면 이 스몰토크를 나눈다는데,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스몰토크에 민감하고 더 다가오면 경계심을 가지기도 한단다.


스몰토크를 막는 데는 우리 문화가 한몫을 했다.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먼저 인사를 해야 한다고 여기는 생각이 많다. 진짜 자신이 윗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라고 한다. 주거니 받거니 말을 잘 나누려면 티키타카를 잘해야 한다고, 스물 토크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언어의 의례적 기능이라고 했다.


낯선 이의 작은 친절에 더 감사해야 하고 낯선 이에게 행한 작은 무례에 더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쓴 저자는 스치듯 지나가는 이들과의 대화조차도 놓치지 않고 개인이 윤택할 수 있는 대화 방법을 전한다. 주고받는 대화가 사람을 끌고 당기는 힘이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한 축을 말하고 있다.


스몰토크는 '내 앞의 상대에게 당신은 존재합니다. 당신은 내게 투명인간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대신하는 것이라 했다.




홀로 혼자 먼저 인사하고 싱글벙글 해죽거리는 건 아닌가 가끔 반문하는데 내 손을 들어준 느낌이랄까. 마주치기만 하면 누구에게든 즉각적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 '안녕하세요!'가 되돌아오던 씁쓸함에 이제 내성이 좀 생길 것 같다. 특히나 수십 년 젊은 친구들에게 엎드려 절 받기가 불편해서 간혹은 못 본 척해줘야 하나 싶었는데, 먼저 건네는 인사가 잘하는 거라니 반갑기도 하다.


스몰토크가 이럴진 대, 늘 하는 대화는 얼마나 중요할까. 그 방법을 고민하고 배우고 노력하라는 메시지가 좋아서, 정말 내게 필요해서 열독 중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좀 배워서 정감 나는 말하기를 하며 살고 싶다. 앞에서 말하는 법, 제대로 뜻을 전달하는 법, 전투적인 말하기만 배운 것 같고 실제로 주고받는 말에 미숙했다. 자세히 설명하고 솔직해지고 성급하지 않은 말하기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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