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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Oct 28. 2022

그들은 그들의 삶에 바쁘다

'자기감정 돌아보기'


호된 고생을 하고 와서일까.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에게 두루 안부 전화를 했다. 


그동안 얼마만큼 마음속에 미움을 쌓아놓고 살아왔는지 새삼 놀랍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용서가 안 되는 일이 많았다. 코로나19 4차 예방 접종을 하고서도 우리 부부는 그 2주쯤 뒤에 확진이 되고 말았다. 왜 걸렸는지 의문을 가질 여유도 없었고 예방 접종 덕분에 그래도 무난히 넘겼다고 여긴다. 큰 통증 없어도 일주일간 격리 완치해서인지 마음에 변화가 온 것이었다.    

 

불편하던 시모님부터 자매들까지 두루 전화하고 싶어졌다. 자신들은 참 전화에 인색하면서 반가워했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렇게도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왔나 싶었다. 무엇보다 그 감정들을 안고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나였음을 새삼 느낀다.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감정들을 품고 사느라 나만 힘들었다. 지금도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일들을 머리에 이고 감정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본다.  


부모님은 우리 사는 젊은 날부터 많은 것을 도와 주셨다. 양가 어른 네 분 중 이제 한 분 남았는데 시모님이 어려웠다. 전화하고자 할 때마다 저어지는 순간이 많았다. 자매들은 더 힘들었다. 그런데도 푹 익은 복숭아처럼 이해가 됐다. 고맙게 생각하고 보니 상황이 달리 보였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서운한 부분을 밀쳐내고 보니 그들은 참 소중한 사람이었다. 생활 속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로 나는 미움을 만들어 애꿎은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한여름의 끝자락 8월 초에 4차 예방 접종을 하고 그다음 주 이틀 휴가를 냈다. 첫날 귀한 시간을 잘 쓴답시고 새벽시장을 다녀와서 하루 종일 종종거렸다. 삼사십 대였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온종일 집안일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덕분에 이틑날은 내내 몸져누웠다. 그 다음날 토요일부터는 사흘 연휴 여행 계획이었는데 앓게 된 것이다. 코로나 간이 검사에 음성이어서 단순 몸살이라 여기고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첫날 몸살이 좀 나았는데 귀가하는 날 신랑이 몸살 기운을 호소했다. 출근 첫날 전화가 왔다. 신랑이 확진이라고. 그렇게 나도 다시 병원 검사를 받았고 일주일간의 격리를 해야 했다. 4차 예방 접종의 효과였는지 우린 큰 후유증은 없었으나 집안에 감금되었다. 큰 통증 없이 재택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생각을 많이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자숙했다.     


자유로이 집 밖을 나갈 수 있다는 것의 고마움도 알게 되었다. 세상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모든 것은 내 마음에 지고 있는 무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시간은 그저 열심히 잘 살아주면 되겠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감정을 돌아보고 내려놓기. 욕심과 바람 버리기. 기대하지 않으면 내 감정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말도 또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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