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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Nov 10. 2022

온전히 마주 보고 관심을 가질때

의미가 된다.


명함을 사용하는 일이 드물다. 습관이 되지 않아 공적인 자리에서도 제대로 명함을 주지 못한다. 그동안 받아 둔 명함이 내 명함보다 많아 간혹 놀랍다. 그 명함들을 보면서 현 부서에서 보낸 기간을 실감한다. 미안하게도 그 명함의 주인이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유독 기억에 남는 명함이 있다.


그 차이가 뭔가 생각해 보았다. 어느 한 곳을 직접 방문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받는 명함은 기억에 잘 남았다. 회의에서 만나거나 간단한 만남에서 받은 명함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오롯이 집중하고 온전히 시간을 내어 열중한 자리에서 받은 명함은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얼마나 스치듯이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지 알 수 있다. 


일행이 방문하는 대학 시설물 탐방에 따라나섰다. 둘러보고 들어 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건네받은 명함은 또렷이 기억에 남았다. 여담으로 주고받은 대학의 현안들도 기억에 남고 공동으로 추진하는 일들도 어느새 공동의 목표가 되었다. 얼마나 바쁘게 지나는지 얼마나 하나의 일에 몰두하지 못하는지 명함을 보며 깨달았다. 어쩌면 다양한 일에 쫓기듯 멀티플레이어가 되고자 욕심을 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김춘수 시인은 '꽃'에서 일찍이 말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오롯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나에게로 화서 눈짓이 되었다고. 그(녀)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노래했다. 그(녀)에게로 가서 그(녀)의 꽃이 되고 싶다고.


시간을 내고 다른 생각을 모두 접어서 그(녀)에게 집중했을 때 그(녀)도 나도 서로에게 의미가 된 것이다.  어쩌면 시인은 서로가 온전히 마주 보고 온 마음을 다해 관심을 가지자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 앞의 일에만 함몰되어 마치 로봇 같이 무감각해지는 이기주의를 경계한 말이라고 여기면 너무 벗어난 설명일까.


바쁜 일상에서 간혹은 시간을 내어 누군가를 바라볼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그리고 자기 일에만 매몰되지 말고 왜 그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이 필요한지 돌아보고 무엇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면 좋겠다. 일을 일로만 대하는 세상을 보면서 반성도 하면서 느낀 점이다. 일은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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