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조와 덕이 Oct 27. 2022

하얀 꽃! 나비 같은 말을 하자!

나에게 거는 최면


서울 경기지역에 집중된 호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안타깝다. 고온 다습한 열기는 한반도에 혹독한 여름을 선사하는 중이다. 작은 반도인데 남부지방은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이 변화무쌍한 여름에도 시절을 알리는 꽃이 있다. 가까이서 자주 보는 대표적인 여름꽃이 배롱나무 백일홍이다. 붉은 그 화려함은 제법 시선을 끈다. 그다음 여름꽃은 다함이 없는 꽃 무궁화도 있다. 보라 분홍 등 소소하게 피어있는 모습은 사뭇 이쁘다. 그중에 하얀색 꽃은 일품이다.     


마치 하얀 종이가 말려 있듯이 돌돌 풀리면서 핀다. 백옥같이 하얀 꽃잎이 풀리며 펼쳐지는 모양은 마치 나비가 날갯짓하는 모양 같다. 커다란 그루터기에 무성한 가지가 총총히 몽우리 졌었다. 그 푸른 가지 끝에 앉은 공들이 하나씩 멍울을 터트리며 피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야말로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것 같다. 계단을 오르며 저 위에 피어있는 하얀 무궁화 꽃에 끌리듯 다가갔다. 작년에 피었던 그 꽃이 기다리지 않아도 피었다.     


어쩌면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은 빈틈없이 때가 되면 그에 맞는 결실을 보여준다. 여름이 되었고 무심하게 보였던 푸른 잎사귀들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해왔나 보다. 무심히 살아가는 우리네 모두도 다 어딘가로 향하여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삶들일까. 나는 무슨 꽃을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슴에 꽃 하나씩을 안고 살아가는 것일까. 잊고 있었다. 내가 피우고 싶었던 꽃을. 내가 바라던 꽃을.   

  


화내지 않으리라 새어오던 날이 오늘이 며칠째 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눈에 띄게 내 생활에서 화를 내는 일이 없어지고 있다. 이제 거기에 하나 더 보태려 한다. 좋은 말만 하기다. 바람직하지 않은 말에는 시선을 주지 말아야겠다. 가급적이면 이해해 주는 표현을 해보자. 오늘을 그 첫날로 삼아보자. 알게 모르게 휩쓸리는 생활에서 사람들은 덕담하는 경우가 드물다. 나도 그렇다. 그걸 느꼈다면 이제부터라도 내 중심을 잡아 보련다. 화내지 않으면서 말도 좋게 해 보자.     


꽃 같은 말을 골라보자. 그러려면 꽃이 되어야 한다. 내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한다. 맑음을 유지해야 타인에게도 사물에게도 맑아지지 않을까. 모두가 이뻐 보일 것이다. 솔직히 삶은 매 순간이 유혹의 바다다. 자칫하면 휩쓸려 미운 말 미운 행동을 하게 된다. 꽃이 되어서 나비 같은 꽃이 되어서 날아가려면 자기만의 넉넉한 자기애가 깊숙이 쌓여 있어야 할 것 같다. 자기애가 풍족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미운 말을 전해 들어도 미워지지 않을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매미 소리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처서도 지났다. 남은 여름 동안 주위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사랑법을 개발해야겠다. 사람은 누구나 한 송이 커다란 꽃을 안고 있는 존재라고 여기면 자신을 다독이기도 남을 대하기도 쉬워지겠다. 좋은 말을 해주자. 하얀 꽃이 되어 날아갈 수 있는 말을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더불어 어울릴 때 빛을 발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