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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Oct 27. 2022

더불어 어울릴 때 빛을 발한다

 '페튜니아(Petunia)' 꽃을 아십니까?


연초록 덩굴마다 나팔꽃 같은 커다란 꽃이 총총히 피어있다. 한 바구니에 꽃이 가득하다. 


가지를 모두 덮어 얼굴만 드러낸 꽃들이 그 색깔도 화사하여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강변 교량마다 양쪽에 예쁜 화분이 줄지어 있다. 남강에는 7개가 넘는 교량이 있는데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비치된다. 출근길 말티고개를 넘어 뒤벼리 길을 가면 우측 강변에 그 꽃이 있다. 진양교를 건너서 다시 강변을 따라 새벼리로 접어들면 가는 내내 꽃을 즐길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며 살았는데 언젠가부터 이 화초들이 눈에 들어왔다. 초봄 쌀쌀한 날씨 속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화초는 '팬지'류다. 초봄부터 초겨울까지 다양한 꽃이 비치되는데 마음을 살랑살랑 위로해준다. 나팔꽃보다 크고 너풀너풀해서 마치 주름치마 같은 꽃, 바로 ‘페튜니아’다. 그 꽃을 색상별로 배치하여 차의 흐름에 따라 감상할 수 있게 해놨다. 화사한 붉은 보라색의 페튜니아는 늘 창문을 내리게 한다.  


‘반가워요’ 혼자 존대하며 외칠 만큼 예쁘다. 색깔별로 멋지게 배열해 놓았다. 문득 오늘 아침에 그 새빨간 보라색 구간 사이에 있는 분홍색 페튜니아가 눈에 들어왔다. 꽃의 가운데는 흰색이고 가장자리는 분홍색인데 운전하는 동안 시선이 자꾸 갔다. 붉은보라 꽃에 홀딱 빠져있던 마음을 자꾸 끌었다. 그렇게 어우러질 때 보라색도 분홍색도 더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튜니아는 그 색깔마다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데 어우러져서 있는 모습을 보고 다양성이 주는 미를 문득 실감하게 했다. 혼자 두어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어울려 있음으로써 그 존재를 더 드러내고 있었다. 차를 어딘가에 내버리고 내려서 가 보고 싶었다. 저 페튜니아가 지기 전에 꼭 한번 저 길을 걸어보리라.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더 배운 사람, 덜 배운 사람, 나이 든 사람, 나이 덜 든 사람, 취향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다. 그렇지만 서로 더불어 어울릴 때 어쩌면 사람으로서의 향기나 아름다움이 더 배가되지 않을까 싶다. 각각의 특성과 고유성이 더 살아날 것 같다. 그러니 늘 마주하게 되는 상대를 더 자세히 바라보고 열중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오랫동안 나만의 색깔을 고집해 왔는지도 모른다. 늘 되새기면서도 어울림이나 사귀기에 미숙하다. 겉은 그렇지 않으면서 속으로는 더 배척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와 같지 않아서 싫어했고 나의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실망했고 나와 다른 부류라며 가까이 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홀로 고독해하는 건 아닐까. 세상의 많은 종류의 식물과 꽃들도 어우러져서 저렇게 빛이 나는데 나는 그 진리를 눈으로 보면서도 모르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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