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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

헤이 어른!

by 사과꽃


나는 아직 단풍들 가을과 눈 내릴 겨울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눈앞의 오늘 하루도 너무나 벅차다. 누군가는 얼른 겨울이 가야 발령이 나고 해가 바뀌어야 대어가 예정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아깝다. 시간이 자꾸 째깍째깍 사라져 간다. 아침 수영장에서 본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던 그 물살같이 지나가고 있는 이 공기들 이 시간들 그 사이 또 5시다.


이런 날이 모여서 이 자리 이곳에서 2년 하고도 4개월을 보냈다. 정기 인사시즌에 움직이지 못한 덕분에 기피 부서가 예견되어 있다고 한다. 낼모레면 발표가 나는데 몇 날을 고민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엎어지면 또 일어나지 뭐."


그동안 양보도 많이 했고 용서도 많이 했다. 어디를 가든 이번에는 얼굴 붉히지 않고 내 뜻대로 한 번 해보리라. 엄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젓가락도 세워봐야 길이를 알고 인생도 다 살아봐야 안다"


지금 현재 드러난 결과로 섣부른 판단을 할 일이 아니라 멀리 보고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이 모여서 계절이 가고 또 계절이 올 것이다. 그렇게 한 생이 될 것이다.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가져라(김호)는 말이 있었다. 명함에 넣는 일터 직장 말고 퇴직을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인 직업을 가지란다.


나는 기피부서에서 보낸 2년여 기간 동안 놓지 않았던 일 2가지가 있다. 그게 나에게는 직장을 떠나도 좋아할 일로 남을 것 같다. 그 2가지 덕분에 여기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읽기와 쓰기다. 읽는 분야는 편식하기도 했고 쓰기도 내 역량 껏이었지만 홀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힐링이 되었다.


면전에서 말해주지 않았다고 누군가의 탓이 없었다고 그래서 다 잘 된 일이라고 간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 학문 분야에서만 전문가가 되지 말고 맡은 직함이 있다면 그에 맞는 최소한의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부서의 최고 결정권자라면 최소한 스스로의 기준을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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