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에 올라온 사진들
고구마 꽃이 피었다는 말에 열어보니 무궁화 꽃이 먼저 보였다. 그 아래 노지 호박꽃이 두 송이. 누가 호박꽃을 호박꽃이라 하대했는지. 수수한 색이어서 편하다는 뜻을 담았을까? 세 번째 칸에 고구마 닮은 꽃이 있었다. 보라색 껍질 안에 있는 하얀 속살 같은 색깔을 나팔모양으로 둘러쓰고 그 중심에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고구마 꽃이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즈음에 볼 수 있는 꽃들이다. 고구마 꽃은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고 있는 우려로 소개되더니 이제는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나 보다. 꽃이야 반갑지만 전 지구적 기후면에서는 우려스럽다. 간간이 새벽 정취를 담은 사진이 단톡에 올라온다. 출근길에 사진으로 구경한 고구마 꽃에서 옛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을까? 아버지가 밭 일을 가면 엄마가 새참을 해서 이고 갔단다. 그 길에 '고아원'도 있었다는데. 길가에 앉은 아이 두엇에게 머리에 인 '새참 대야'에서 찐 고구마를 꺼내 건네곤 했더니 길을 갈 때마다 기다리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그 시절을 이야기하던 엄마가 떠오른다.
모든 게 부족했던 시절이었단다. 가을녁 들판에 고구마를 수확하면 파낸 흙이 마르기도 전에 사람들이 와서 고랑 끝에 앉아 고구마 이삭을 캤다고 했다. 아버지는 쇠스랑으로 고구마 둑을 깊이 파지 않더란다. 일부러 고구마를 남기어 아주머니들이 주인보다 더 큰 고구마를 캐갔다는 엄마 말이 있었다.
그 부모님이 먼 길을 가신지도 꽤 되었다. 다시 장마가 시작되려는 낮으막한 하늘과 땅사이 길을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젊은 시절 부모님이 걸었을 수도 있는 뒤벼리 길을 돌아 출근하며 고구마 꽃으로 시작된 고구마 일화에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