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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Sep 08. 2023

'아카데미 남명' 개강하다


직업인이 되어 모교에 돌아왔을 때 학교 안쪽 깊은 곳, 산 밑 중턱에 '남명학관'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그 앞을 다니면서도 '남명 조식 선생님'은 잘 몰랐다. 외지인들과 산청에 있는 선생님의 기념관을 지날 때도 제대로 소개할 수가 없어 미안했다. 남명 선생님을 모르는 분이 의외로 많았고 나 역시 조선의 알려지지 않은 대표적 철학자라는 말 밖에 아는 게 없었다.


매미 소리가 한창일 때 '아카데미 남명'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남명 닮은 지도자 육성의 도장'이라고 했다. 관심이 가면서도 신청 자격이 될는지 조심스러웠고 연락도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그 수강생에 포함될 수 있었다. 남명 선생님이 기른 57명의 의병장처럼 57명의 수강생을 선정해 주신 덕분이었다.



"모름지기 공동체의 지도자는 한 걸음 더 앞서 생각하고, 한 발 더 넓게 생각하고, 한 길은 더 깊이 세상을 읽어야 하거늘! ~~ 사사로운 이욕에 눈먼 자들이 기회와 자원을 소진한 때문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지만, 그들을 탓할 시간조차 아까울 따름이다. 우리마저 시대를 읽지 못하고 시간을 허송한 선대라는 후대의 평을 들을까 두렵다."


"위기를 돌파하고 건강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 선대들의 혜안과 용기에서 지혜를 구하자. 우리가 공론의 장을 먼저 만들고, ~ 남명이 쉰일곱 의병장을 가르쳐 나라를 구했듯, 젊은 리더를 양육하는 '아카데미 남명'을 세워서 지혜의 허리로 삼고자 한다. ~"



'아카데미 남명'의 취지문 일부다.


매월 격주로 월 2회 강의를 개최하여 내년 7월까지 진행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석학들에게 듣는 강의다. 사단법인 남명사랑, 지역사회연구원, 경상국립대학교의 남명학연구소에서 주최하고 지역방송이 후원했다. 개강식에서는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교육감, 시장의 축사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 남명'을 고안하고 추진하신 '김영기 명예 교수님'은 여전히 청년 같은 열정을 가지고 계셨다.


오후 5시 너머 예정된 개강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조퇴를 했다. 강의실 입구에서부터 '우와'를 여러 번 삭여야 했다. 수강생 외에도 청강생을 받는 강좌였고 '아카데미 남명'의 대표단과 관련자분들도 많이 오신 듯했다. 어느 모임을 가도 장년층에 속했는데 다수가 인생 선배님들이셨다. 우와! 저분들 따라서 공부해 낼 수 있을까? 지역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첫 강의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님의 '다시 읽는 7천 년 우리 역사, 이덕일의 한국통사'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고교시절로 돌아갔다. 80년대 중반 우리 학교의 국사선생님과 국어선생님은 좀 달랐다. 그 당시 그분들이 들려주시던 이야기를 거의 30년이 넘어서 마주한 느낌이었다. 책을 읽는다면서 무슨 책을 읽을까 늘 찾아다니면서 나는 왜 이런 공부는 이런 책은 잡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왜 그렇게 일본이 싫었는지 왜 그렇게 그 나라 여행도 말리고 싶었는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누구는 친일이 아니라 지일을 위해서 가고 오고 만나야 한다 했지만 그 말에도 수긍을 못하고 살아온 기간들은 내 학창 시절에 심어진 깊은 신념 때문이었나 보다. '김영기 교수님'은 남명 정신을 공부하기 전에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기에 '한국통사'를 첫 강의로 정했다고 하셨다.  


식민사관이 여전히 도배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다양한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에 기운이 났다. '아카데미 남명'도 그 하나의 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자체마다 읍 면 동 지역, 주민센터들을 중심으로 요즘 유행하는 돌풍이 있다. 저자와 함께하는 모임이나 글 읽기 글 쓰기 모임이다. 그 돌풍이 태풍이 될 테고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피폐해진 한국민의 마음을 다시 살찌우게 되리라는 이야기를 우린 나누고 있었다. 그 돌풍과 태풍에 이런 역사 바로 알기가 심어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아카데미 남명' 첫 수업에 이덕일 소장님을 모신 취지를 말씀하실 때는 눈물이라도 쏟고 싶었다. 내가 하고자 해온 공부에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게 아닌가 싶었고 얼마나 범부로 살고 있었나 하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고 돌아온 저녁 밤 내내 편치 않는 시간이었다. 얼른 이 책부터 사야겠다. 학창 시절에 무수히 들어온 이야기 대학 초창기 때 잠시 보았던 이야기들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이덕일의 한국통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열릴 '아카데미 남명'에 기대가 크다. 많은 분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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