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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Oct 10. 2023

웰빙에서 품격으로

성장이 아니라 성숙의 시대  


'아카데미 남명' 세 번째 특강이 있는 저녁이었다.


저녁까지 여력을 남기기 위해 애썼다. 마음을 단단히 다졌음에도 하루의 일정은 몸의 피로보다 마음의 피로가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간혹은 앞뒤가 훤히 보이는 일도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경우다. 그럼에도 맞서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화합해야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일의 절반이고 사람과의 갈등을 얼마나 노련하게 처리하느냐가 일의 관건이 되었으니 안타깝다.  





세 번째 강의는 '한국사회의 갈등과 통합'이라는 주제였다.


앞의 두 강의가 역사적 맥락을 짚어가는 시간이어선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제목에서부터 선입견과 궁금증을 가졌다. 왠지 모르게 마음을 단단히 하고 참석했는데 편안한 이야기였다. 학창 시절 교양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소탈하게 이야기하듯 끌어가는 강사님의 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자주 들어온 이야기였다.


강의 내용이 강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한국 사회의 갈등과 통합'이라는 제목에서 왜 정치이야기 일 것 같다고 여겼는지 자책하며 들었다. 지금 가장 눈에 보이는 한국 사회의 갈등이 정치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의 두 강의에서 굴곡된 역사 이야기가 있었기에 현시점에서 논란이 많은 정쟁의 한 단면을 전문가 입장에서 들려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건 아주 어렵고 불편한 사항인데 말이다. '아카데미 남명'의 강의는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진행될 듯 보인다.


강사님은 4차 산업혁명시대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문명시대에 맞는 사회불안과 사회격차 그리고 사회 갈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짚어주고 마지막에는 사회 통합을 이야기하셨다. 격한 정치적인 용어가 아니어서 다행스럽기도 했고 인문 사회학의 논문 한편을 듣는 기분이기도 했다. 강사님의 편안한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교재를 풀풀 넘겨가며 보는 재미는 오랜만에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사회는 물질적인 생활 수준의 증진에 주력하던 단계를 지나고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던 단계도 지났단다. 이제 자신의 존재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삶의 의미로 관심이 확장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국가에서 개인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웰빙에서 이제는 의미 있는 삶의 의식적 토대인 '품격'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했다. 내가 추구하는 말인 인격과 품격의 단어가 나오니 눈이 반짝반짝 살아났다.


우리 사회는 이제 성장이 아니라 성숙의 단계로 나아간다 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발전적 의제로 '성숙화'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하셨다. 그것은 급변하는 세계에서 개인의 실존적 가치를 중시하는 품격사회에 대한 열망의 발현이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면 웰빙이 트렌드이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 그 단계를 넘었다고 한다. 말이나 행동이나 일에서도 품격의 시대가 온 것이다. 성장이 아니라 성숙의 시대라고 하는데 과연 학문을 다루고 교육을 논하는 곳에서의 품격과 성숙의 정도는 어느 수준일까 생각해 보았다. 다시 겸손해지고 겸허해질 시간이다. 주장하고 원하는 어느 단계가 있다면 나부터 먼저 자세를 다듬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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