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 - 전영애 저 - (1)
전영애 님이 쓴 책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200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이었습니다. 하룻밤이면 다 읽을 것 같았지만 한 땀 한 땀 쓴 글들은 음미하고 사색하게 만듭니다. 경기도 여주라는 곳에 '여백서원'을 지어놓고 넓은 정원과 숲을 이룬 산책길도 만들고 시를 적은 돌을 놓았습니다.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그곳은 이미 많이 소개되고 알려진 곳이었습니다.
'괴테와 마주 앉는 시간'이라고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여백서원'은 괴테를 추억하게 하는 서원이었습니다. 표제에 언급한 말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는 괴테가 한 말입니다.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품어온 궁금증을 마지막에 풀어줍니다. 기와로 지은 서원에 왠 괴테냐고 많이들 물어보았다네요. 칠순을 넘긴 저자가 왜 괴테 집을 지었는지 우리나라 선현들 중에는 선택하고 싶은 사람이 없었는지 저도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독문학을 했고 괴테를 평생 연구하신 분이었어요. 혼자 공부하여 알게 된 것을 혼자 깨치고 가고 싶지 않았노라 했습니다.
아! 첫 질문으로 돌아가면 왜 괴테냐고 한 부분에 다른 서원에서 '모신' 공자도 외국 학자였다고 하셨어요.
'바이마르라는 인구 6만의 작은 곳이 독일의 문화적 역사적 자부심이 되는 것도 인물 하나 잘 키워내어 그렇다고. 우리에게도 인물 하나 잘 커 나오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 인물은 누가 키워주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크는 것이라, 그저 샘플 하나를 잘 보여주고 싶다고' 하십니다. '여백서원'을 지은 답이지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독일에서는 괴테, 쉴러, 모차르트, 베토벤도 부럽지만 그런 인물이 있게 한 사람들이 부러워 그 이야기를 많이 하노라고' 하시네요.
전영애 님은 '남을 아껴주고 키워줌으로써 미미했을 수도 있는 그들 자신의 삶이 얼마나 찬란히 빛났는지, 빛나는지를 꼭 전하고 싶었다'합니다. 이 정도에서도 충분히 '여백서원'을 지어서 사람들이 와서 책을 읽고 시를 읽고 논하는 장소를 제공한 답이 넘칩니다. 말미에 덧붙인 글이 또 있네요.
큰 인물에 대한 태도, 모든 낯선 것에 대한 태도를 3가지로 나눴습니다. 보통 낯설어서, 압도적으로 큰 사람인 경우에는 더더욱 나와 무관하게 생각되어, 그저 그러려니 하고 그만인 것이 대부분의 태도라고 합니다. 두 번째 조금 꼬여 있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큰 사람을 공연히 미워한답니다.
세 번째로 소수의 사람은 '어 이거 뭐지? 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 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는 따라 배워가고 그러면서 스스로 큰 다하네요. 그 대상이 사람이든, 무생물이든 마찬가지라 합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큰 사람이라면 득은 더더욱 클 것이라 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세 번째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서원 중심에다 괴테를 두었다고 하십니다. 큰 사람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며 따라 배우고 스스로 커기를 바라시나 봅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씀을 옮겨봅니다. '도토리 키 재기하느라 여념이 없고, 자기보다 조금만 더 커 보이면 미워하느라 공연히 스스로를 괴롭히고, 남도 괴롭히고 공기까지 오염시키는 일, 그런 좀스러운 일은 웬만하면 하지 않아야 우선 각자 저 살기가 좀 나아질 것 같고 사회가 건강해질 것 같다'라고요. 자신의 노후 직업은 '박수 부대'라고 합니다. '바른걸음으로 큰길을 가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박수를 쳐주고 싶다'라고 하시네요.
저는 세 번째 부류 사람들의 대목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어 이거 뭐지? 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늘 무언가를 바라보고 감동하는 편인데 제 편을 들어주시는 것 같았거든요. 책을 처음 펼칠 때부터 가졌던 궁금증에 대한 답과 격려까지 담은 마지막 단락이었습니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 작가도 어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하십니다. 60여 년을 썼다는 '파우스트'와 식물학, 광물학, 기상학, 동물학에 대한 논문과 자연과학 논문, 그림 스케치만 2500여 점에 평생 쓴 편지도 143권이라네요. 그런 괴테가 독일어 문학을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답니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 괴테의 이 말을 옮기며 소박함으로 성심과 전력을 다해서 생각하고 씀으로써 결과적으로 절실한 작품들이 남았다'라고 합니다.
아껴보던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앞으로 가서 고운 글들 옮겨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