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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꽃 May 23. 2024

보고 읽고도 몰랐던 글이 있다

고마운 책 - 남명 조식과의 대화(김영기)-


마음을 다해 읽어야 읽힌다.


'지식인의 사명의식과 세상을 향한 뜨거운 가슴이 있었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방치해 두는 것은 지식인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를 인식한 공자는 행단에서 열심히 강의했고, 남명은 이 점을 감지하면서 16세기의 조선을 눈물로 구하고자 했다.'

 

위의 글은 '정우락'님의 '남명문학의 현장(2006)' 마지막 글이다. 두 눈으로 보고 읽고 줄까지 그어놓았으면서도 눈물로 조선을 구하고자 했다는 말이 잘 다가오지 않았다.   


16세기의 조선이 어떠했는지 그 실상을 읽고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남명 선생님이 살았던 16세기 조선은 정치적으로 사화가 일어나 많은 사림 학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북쪽(여진)과 남쪽(왜구)에서 끊임없이 이민족이 침입했다. 사회적으로는 잦은 부역과 공물이 천재지변과 겹치면서 민중들은 침탈을 견디지 못하여 도적이 되기도 했다'(정우락, '남명과 퇴계사이')




생활인으로 산다는 것은 늘 시험에 놓여있다. 자칫 흐름을 놓치면 귀중한 생명의 시간을 다 허비한다. 소속인이기도 하여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사도 있고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 와중에 가급적 휘말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감정의 타격인데 요즘은 소비하는 시간이 많다. 다친 마음으로 친구에게 들른 길에 빌려 온 책이 있었다.


지난해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넘겨보지도 못하고 기한 만료로 반납했던 책이다. 다시 대출 신청하니 이쪽 캠퍼스에는 아예 없고 중앙도서관의 것도 8월까지 대출 중이었다. 부득이 친구에게 얻어 온 것이다. 그 걸음에 사 왔어야 했다. 첫 챕터 마지막 부분을 넘기면서 대오감읍 했다.


책은 어느 한 글자도 버릴 게 없이 귀했다. 책을 사러 나설 참이다. 나눠주고 알려줘야 한다. '남명 조식과의 대화(김영기, 2021)'다.




대학에서 지방자치를 강의한 사회학자가 자연스레 향토, 지방, 지역 그리고 지역사를 소개하면서 대학의 소재지 진주와 경남을 연구하게 된 배경이 나왔다. '효율적으로 지역사를 읽기 위해서 기준을 설정하여 역사적 사건을 선별하셨다'한다. 저자가 정한 3가지 기준 중 첫 번째가 '백성 사랑 또는 인간 사랑'이다.


'공의도(公義度)  공익 지향과 실천의 정도'가 두 번째 기준이다. 세 번째 기준을 '선도성(先導性)'을 꼽으셨는데 '공동체에 필요한 일을 남보다 먼저 떠올려 실행하는 정도'를 말하셨다.


저자가 본인의 학문과 연계하여 자연스럽게 지역사를 살피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의식을 찾고 민족의 스승을 밝히는 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자 스스로도 어릴 적 할아버지 앞에서 천자문을 배우면서 들었던 '남멩'을 떠올리셨고, 수세기동안 경상우도 지역의 뿌리가 된 남명의 경의지학을 소개해 주실 것이다.


전문연구자들이 내놓은 역사를 살펴 읽고자 하며 세우신 저자의 3가지 기준에서 공자와 남명이 가졌던 애민 정신을 보았다. 저자가 지난해 지역의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설한 '아카데미 남명'의 취지와 맞닿아 있었다. 지역사랑, 나라사랑, 국민사랑이다.


'사림을 척살하고 자신들의 자리보전에만 급급했고 정치 사회의 권력을 독차지하며 실학의 싹을 자른 세력은 임진왜란 정유재란과 정묘호란 병자호란까지 자초했다. 대원군 집권을 거쳐 민 씨 척족정권으로 이어져 나라를 왜에 갖다 바친(노론)' (김영기, '남명조식과의 대화'에서 발췌) 그들 모두가 지식인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책을 쓰신 분도 있다.


자성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사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사회를 보면서 저자는 정말 귀한 글을 주신다. 후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책은 자신들의 이권에만 관심을 쏟는 게 아닌지 부단히 돌아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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