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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Dec 14. 2023

쉼 없이 젓가락을 부르는 맛

한 솥에 끝내는 요리를 발견하다



퇴근길 샤브용 고기를 한 팩 사 왔다. 주인이 양지머리보다 비계가 적어 맛있다는 앞다리살을 권해 급 수정했다. 레시피와 달라진 건 고기뿐 아니라 채소도 바뀌었다. 냉장고 속 채소로 대체한 것이다. 주말에 사둔 커다란 가을배추, 산소를 세포까지 전달하는데 1등이라는 당근과 새송이, 양파, 대파, 애호박까지. 


찜통에 물부터 올리고 씻고 다듬은 재료를 모두 채 썰었다. 김 오르는 솥에 채소를 깔고 샤브용 고기를 얹고 다시 채소를 깔고 고기를 얹었다. 솥이 넘칠 지경이었다. 뚜껑 덮고 15분가량 익혔다. 숙주와 부추를 깔고 양지머리를 얹으라 했는데 모든 재료가 다 응용되었다. 지상의 요리는 모두 응용 아니겠는가.


다음은 양념이다. 마늘과 매운 고추를 다지고 액젓 간장 식초 설탕 매실액 생수 그리고 통깨와 고춧가루를 넣어 섞어줬다. 지난번 대패 삼겹살 찜 이후 두 번째 도전이라 걱정은 붙들어 맸다.


국이 필요 없는 찬이다. 대화도 막는 기가 막히는 맛이다. 


집에 있는 모든 채소를 다 활용할 수 있고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을 만날 수 있다. 재료도 풍성하고 시간도 풍성하고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집밥. 맛을 부르는 음악도 필요 없다. 절로 나오는 감탄이 음악을 대신한다. 건강해지는 느낌은 기분도 띄우고 덤으로 속까지 편안하게 해 줬다. 모두가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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