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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Jan 12. 2024

나를 먼저 돌볼 때다

나쁜 사람이 되어야겠다


지난밤 '아카데미 남명' 수업이 있었다. 2주마다 열리는 수업을 듣고 온 날은 스무 살 아이같이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고민이 깊은 날도 있었는데 간밤엔 의외로 꿀잠을 잤다. 아침 출근길에 '아! 이제부터 나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왜 문득 들었는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나는 나쁜 사람인건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업무로 사람을 만나면 누구도 어렵지 않고 화가 조금 나면 스스로도 놀랍게 거침없이 말이 나오는 성격이긴 하다. 매일 같이 지나오는 길에서 불쑥 겸손이니 겸양이니 그런 안경을 둘러쓰고 앉은 내가 보였다. 남을 세우는 삶이 아니라 나를 세우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나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고 나를 헤아리며 사는 거다.  




지난 저녁에는 '한명기' 교수님의 '반정인가? 찬탈인가? 인조반정 다시 읽기'라는 주제로 강의가 있었다. 온종일 다양한 일정으로 바쁜 하루가 피로를 부른 것도 있지만 2시간가량의 역사 이야기는 졸리기도 했다. 그런데 교수님의 목소리는 어찌 그렇게나 커다랗던지 졸릴 새가 없었다. 그 큰 목소리에도 끝까지 '인조반정은 찬탈이다'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 말을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그 보다 더 큰 메시지가 있었다.


지금 읽고 있는 '광해군'을 마저 읽고 새 글에서 '아카데미 남명' 강의 후기를 올리고 싶다. 단 강의의 전반적인 내용이 더 꿀잠을 자게 하고 역사에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문득 머리를 치는 나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기에 몇 자 적고 싶었다. 역사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 새 날을 더 슬기롭게 맞을 수 있음을 또 한 번 알게 했다.


결단을 못 내고 질질 끄는 광해군의 성격이 상대방에게 기회를 줬다는 점, 상심과 트라우마의 한계로 정치적 총기를 상실하고 침몰했다는 점이 광해군에 대한 해석의 한 부분이었다. 광해군도 인조도 모두 결국 권력을 가진 후에 오만과 교만으로 초심을 잃었고 그 자만심이 비극을 불렀다는 지적이 2시간의 피로를 날려주었다.


아! 그런 내용도 있었다. 인조가 집권을 하고서도 광해군 때를 배우자는 주장이 있었고 실제로 대동법 등의 제도들은 이어졌다. 그렇다면 올바른 곳으로 돌아갔다는 뜻의 '반정'이라는 말로 마치 광해군 시절이 바르지 않았다는 말을 쓴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반정'이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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