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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Feb 15. 2024

브런치에서 문자가 왔다

내 글도 읽고 있었을까?


글을 쓸 수 없었다. 그 기간을 브런치는 카운트하고 있었던가?




일단은 읽고 싶고 그다음은 쓰고 싶은 사람인데, 할 이야기가 많아서 주거니 받거니 늘 말하고 싶은 사람인데 잠수 탔던 보름의 기간은 얼마나 번민스러웠겠나. 피드백도 몹시 궁금한 사람이다. 어쩌면 자동 발행일지도 모르는 저 '안내' 문자에도 미소를 지었으니, 그래도 측은해 하지는 마시길.


그동안 펜을 잡고 끄적거린 글이 있었다.


'이용가치가 있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다. '이용 = 인기'다. 그러니 이용됨을 굳이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은 서로 이용하고 필요해지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이런 말도 적어놨다.


 '절대 교만할 필요가 없다. 현재를 늘 돌아볼 일이다. 내가 교만한 것은 아닌지.'


부끄럽게도 소속인이다 보니 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한 줄 메모로도 한 바닥을 채울 수 있기에 자투리 시간이면 언제든 이렇게 말을 늘어놓는데, 혹자가 근무시간에 글을 쓰는가 물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근무시간에 물도 마시고 전화도 받고 경우에 따라 직접 찾아가서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그 질문을 받은 시점에서 생각이 깊었다. 동료고 지인이고 브런치글 구독자임에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짚어보면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없었다. 교수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하는가. 그 가르침을 위해서 글도 읽고 책도 쓴다. 그러면 직장인들은 업무만 하는가. 요즘은 근무시간에 필수교육 인강도 들어야 한다.


우리가 젊었던 날 그런 일이 있었다. 근무시간에 컴퓨터로 쇼핑을 하는 것은 괜찮은데 인터넷 영어 강좌를 들으면 못 듣게 하던 상사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무료 영어 강좌도 없었고 개인이 수강료를 내고 듣는 것임에도 그랬다. 그 일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그 시절의 실타래다.


지인의 그런 질문에 고민이 깊어지다가 설 연휴에 차분히 적어보았다. 교수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책도 보고 글도 쓰듯이 직장인들이 누구나 틈틈이 읽고 쓰고 사색하는 것은 자기 재량 아닌가. 그러니 그런 자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자고.


거의 보름 동안 고민이 깊었던 것은 그 사람이 지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니 내 글을 읽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 아주 낯선 사람들일지라도 문우로서 그냥 고맙다. 일테면 브런치팀에서 보내온 '글 발행 안내' 같은 문자도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이제 봄인데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내 작은 슬픔도 같이 슬퍼해주는 그런 동료들을 만나고 싶다. 그러려면 나부터 그러한지 돌아봐야겠지. 그런 일이 있었으니 나 먼저 반성해야겠지. 참 추운 겨울이 이제 막 끝나가고 있다. 이번 봄에는 나부터라도 '어느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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