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김형경)' - '의존'과 '중독'편에서 (1)
의존,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대상
중독, 의존성이 심화 극단화된 상태
'아기는 성장하면서 점차 엄마에게서 분리, 개별화되어 나오는데 그 시기에 엄마를 대신할 대용물을 필요로 한다. 전문가들은 그것을 '중간 대상'이라고 부른다.'
술도 담배도 결국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찾았던 대용품이었다고. 심리적 의존 대상으로 엄마 대신 담배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자각하는 저자의 말에서 이해불가였던 흡연을 조금 알 수 있을 듯했다.
심리적으로 독립하고 사회 경제적으로 혼자 서는 데 이십 년 이상이 걸렸다는 말과 혼자 떠난 여행에서 돌아와 이타적 행위와 타인을 보살피는 모든 행동을 중단했다는 말에서 그렇게 해보고 싶어졌다. 의존하는 상태는 서로에게 위험하다는 말이 있었다.
수년 전 읽었던 책인데 처음 보는 책 같았다. 저자는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두 가지라고 했다. '정신분석을 받은 일'과 '혼자 여행한 일'이란다.
세 단락을 지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첫 단락에서 '기본적인 감정들'을 하나씩 짚어준다.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이 '사랑'이라고 아기 때 엄마에게서 받아야 하는 사랑의 부족이 미치는 영향을 사랑, 분노, 우울, 불안, 공포라는 소 제목으로 설명한다. 두 번째 단락은 '선택된 생존법들'이다. 의존, 중독, 질투, 시기심, 분열, 투사....
'의존'편에서 황인숙 시인의 시 '강'을 들려줬다. 멍 때리다가 퍼뜩 돌아온 정신처럼, 아니 애초에 내가 잘 알고 있던 것을 인지한 것처럼 누군가의 고함을 들었다.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 당신이 직접 /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 강가에서는 우리 / 눈도 마주치지 말자.'
책에서 저자는 시를 쓴 시인에게 많이들 와서 하소연을 했나 보다 했지만 누군가는 뜨끔해질 말이다. 저 정도로 끝날 시인 정도라면 다행인데, 행여 제 의존성을 깨닫지도 못한 사람이라면, 아니 알고도 그 의존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보시게 자신을 찾는 노력이 더 급선무네! 이 책 어느 곳에 선가 쓰여있던 자기 존중감부터 키워야 자신감도 있게 되고 그래야 스스로에게 기댈 수 있게 되네! 자신에게 기대게! 스스로에게 의지하라고!'
그러려면 자기 존중감이 뭔지 왜 필요한지 그 부족으로 인하여 생기는 폐단이 뭔지 다시 돌아가서 읽어봐야겠다. 저자는 말하지 않았지만 자기 존중감이 낳는 자신감이 결국 의존성을 상쇄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