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 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애와 자기 존중감의 본질을 형성하는 토대이다.
책의 두 번째 단락 '선택된 생존법들' 중 의존과 중독 질투 분열 투사 회피.. 를 읽으면서 문득 자기 존중감이 자신감을 낳고 '의존'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에 맞아들 듯 세 번째 단락 '긍정적인 가치들'에서 '자기애'와 '자기 존중'을 말하고 있었다.
맞다. 매사에 의존적인 내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내용에 꽂힌 것이다. 아주 오래전으로 올라가면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 판단을 못해 두 학기 가량 친구의 말에 휩쓸려 수강신청을 했었다. 중고교까지 늘 지시받고 따라만 가던 공부에 익숙했던 나는 대학의 그 자유로운 선택의 기쁨을 몰랐고 당시의 어정쩡한 마음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그건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마음이다. 한때 '당당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정작 '결정'을 하는 단계에서는 헤맸다.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유한 자신의 권한인가. 그럼에도 유아기 때 엄마를 찾던의존성인지, 자라면서 제대로 된 결정 기회를 가져보지 못해서인지, 여전히 엄마를 찾듯 묻는다. 책에 물어보면 다행인데 중요한 순간마다 타에 의존한다. 그게 편하지 않다.
좋지 않은 성격 중의 또 하나가 너무 잘 웃는 것이다. 수년 전 모 지역교육청에 발령받았을 때다. 초등학교 은사님이 장학사로 있었다. 그분의 첫마디가 '젤 뒤에 앉아 늘 생글생글 웃더니 여전하네!'였다. 이 책을 보면서 웃음으로 늘 방어막을 친 나를 보게 되었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웃었고 그러나 그 속은 슬펐다. 책에 웃음이나 유머는 대표적인 자기 방어기제라고 되어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사용하는 최초의 유일한 생존법이며 자기 방어기제가 웃음이란다. 가슴이 콕 찔리는 것 같았다. 평소에 잘 웃어서 가벼이 대해도 되는 이로 보였을 것이다. 이런 성격은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존중 믿음이 부족했기에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알았고 들었고 지나왔으면서도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제대로 분노할 줄 모르고 때로는 이상하게 분노해서 적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심리여행 에세이 김형경 님의 '사람풍경'은 2006년에 초판이 발행된 책이지만 지금 다시 보아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다. 여전히 그대로인 나의 의존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의존성을 떨쳐낼 수 있는 자기 존중감, 자기 존중은 어떤 감정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사니엘 브랜든은 자기 존중감에 대해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로 그의 책 '나를 존중하는 삶'에서 자기 존중감을 이렇게 정의했다.
1. 우리 자신에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으며, 인생살이에서 만나게 되는 기본적인 역경에 맞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며,
2. 우리 스스로가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주장할 자격이 있으며,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또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즉, 자기 존중감은 천부적으로 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습득해서 터득해야 하는 삶의 기능이라고 한다.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며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고독을 참아내며 성실성과 정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한다. 자기 존중감은 또한 자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의존하지 않고 혼자 결정할 때도 되었다. 의존성과 회피 기제가 발생할 때 도움이 될만한 말이 있었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며 당사자 욕망 없는 행위는 안 한단다. 사랑 헌신 친절도, 호의조차도 그렇단다.' 그러니 타자들과 어울리는 것과 의존하지 않는 성격은 구분되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 있어야 그 의존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