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자신의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에세이라 신기했다. 편하고 진솔한 글이 어떤 글인지를 보여준다. 후반에서 그녀의 가정사가 조금 나오는데 우리 세대가 생각나 잠시 먹먹했다. 말이 길어지면 다툼이 되고 다정한 대화를 이어 보지 못했다는 저자는 그 어릴 적의 모든 순간을 책으로 극복했음을 말한다.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직업인이 된 것이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다는 말이 표현하지 못한 나의 다짐 같고 바람 같아서 더 궁금증이 생겼는지 모른다.
책은 다정하게도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그어놨다. 그 부분 외에도줄 치고 싶은 부분이 정말 많아서, 푹푹 찌는 여름날에어컨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읽었다.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워 스스로 밑줄 친 부분을 적어 본다.
스토리보다 스토리텔링 기법이 중요하다고 했다. 쉬 읽히고 공감하기 좋은 예시를 많이 찾으라는 말이있었고, 꼭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없다는 말이처음 듣는 것처럼 새로이 느껴졌다.
어느 날엔가 누군가가 '조직을 위해서 바른 소리를 하는 건 좋지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나를 돌아보고 있었는데 그 후속 말을 이 책이 해줬다. 옳음보다 친절함을 선택하라고. '모두 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바른 소리가 상처를 준다면 조금 친절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팁도 있었다. 30대를 대할 때는 그들의 장점을 어필해 주고 미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 '겸양이 지나치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말과 '사과를 남발하면 내 말이 가벼워진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누군가에게 힘 있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에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글은 주제를 분명하게 써야 한다고 작가(作家)의 한자는 집을 짓는다는 뜻이니 에피소트에 감정을 넣고 자기만의 해석을 곁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지은 글이 잘 읽히려면 앞서 말한 스토리텔링의 기법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시대감각이 있으면 신선하고 신뢰받는 말하기가 된다며 구체적이고 아름답게, 개성 있게 표현하도록 노력하란다. 편안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늘려 갈 필요가 있다며 상대를 향한 존중은 호칭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었다. 하위직에게 극 존칭을 하는데 나이를 핑계 삼아 반말을 해올 때 황당했던 기억이 살아났다. 직장에서는 특히 상대를 위한 호칭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분노의 말, 날카로운 말보다 부드럽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란다. 상대와 나의 존엄을 지키면서 우아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법은 누구나 배우고 익혀서 써먹을 수 있는 교양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편안하게 말하기 위한 조건으로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호흡을 해나갈것과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도 정말 괜찮다'라는 주문이었다. 언어를 잘 다룰 수 있다면 마음도 잘 다룰 수 있다는 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