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바뀌어야 말이 바뀐다는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 김종원 저 -
누구나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좋은 말을 그렇게 많이 해주진 못하고 산다. 그 좋은 말을 '찾지 못해서 못한 게 아니라 다정하고 예쁜 말이 내 안에 없어서'라고 한다.(김종원,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2024.2.)
'현명하게 말하고 싶다면 /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 나오는 대로 말하기보다는 / 단어를 골라서 쓰는 / 어른이 되어야 한다'(p203)
품격은 '상대를 인정해주고자 하는 겸손한 마음에서 나온다'라고, '마음에 정성을 다했다면 그 마음을 전달하는 표현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왠지 말이 잘되는 날과 할 말이 없는 그런 날, 그런 자리가 있었다. 그게 모두 마음의 문제였고 정성의 문제였음을 느낀다.
어느 한 구절 한 문장도 막히는 데 없이 술술 읽힌다. 단문이 어색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간결하게 핵심을 잘 전달해 준다. 그렇게 스르륵 글을 따라가다가 마음이 먹먹해지는 곳이 있었다. 가슴 뭉클했던 일화 3가지다.
1. 아버지는 6.25 참전 용사로 두 다리를 다치고 한쪽 눈을 잃었다. 장애인 아버지와 가난이 숙명처럼 따라다녔고 소년은 심한 축농증으로 병원을 찾는데 의료복지카드를 보고 여러 번 문전박대를 당했단다. 겨우 어느 한 병원에 갔는데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고 의사가 이렇게 말했단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어린 이국종의 이야기다. 치료비도 받지 않고 치료해 준 그 의사 덕분에 이국종이라는 의사가 탄생했을 것이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꾼' 사례다.
2. 부모의 사업실패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마저 정신 병원에 들어간 사람. 막대한 빚에 짓눌려 일을 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자신의 택배일에 남다른 정성을 쏟더란다. 그에게 김종원 작가가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해서 고마움을 전달했는데 어느 날 더 이상 배송을 오지 않고 편지가 왔더란다. '택배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저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라고.
그리고 자기에게 힘을 준 건 작가의 메모였다고. '당신의 열정적인 모습이 참 멋져요'라는 메모를 보고 '모든 것을 잃은 자기도 열정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은 삶의 방향도 바꾸게 한다'는 사례다.
3. 1858년 영국왕립통계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이 된 나이팅게일은, 부상병이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 때문이 아니라 질병 때문에 죽어간다는 통계 사실을 발견했다. 하수구 청소 등을 통해 부상병의 사망률을 40%대에서 2%대로 줄였단다.
나이팅게일은 아버지가 '앞으로 수학을 더 열심히 공부해라' 했을 때 '여자들이 배우지 않는 수학을 꼭 배워야 할까요?'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여자로만 머물고 싶다면 배울 필요 없다'라고 했단다. 그 말에 그녀는 바로 수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는 일화다. '관점을 바꾸면 마음도 움직인다'는 사례였다.
'말은 마음의 언어'라고 마음을 바꾸었을 때 말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책을 덮고 고이고이 만지며 한 번 더 보았다. 귀한 말들이 한 땀 한 땀 수 놓인 듯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