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가슴이 온통 소란할 때, 그럴 때 벗어나는 방법은?'
마음의 변화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은연중 또는 적극적으로 원할 때 그런 기회가 온다. 책이나 사람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간혹은 작은 환경 변화도 도움이 된다.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좋다.
해야 할 일과 보고 싶은 책을 줄 세워 두고서도 두 팔에 가득 머릿속까지 빼곡히 생각을 끼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건 차가 도심을 빠져나가고 햇살이 들판에 퍼질 때쯤이었다. 한 주 내내 오던 비를 구름 덩치들은 여전히 못 놓는 듯했다.
툭툭 풀어서 휙 하니 잡념을 햇살처럼 펼쳐보게 되었다. 아! 정말로 산들은 거뭇한 기색을 벗어 내고 있었다. 올봄은 손꼽을 여유도 없이 왔다. 아마도 사무실에 있었더라면 나는 더 오래 그 생각의 무게에 눌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볼 책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면서 무얼 그렇게 머리에 이고 있었나!'
그 꽉 재이고 빼곡히 박혀있던 생각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무겁던 것이 세상에나! 몇 개 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내 욕심 때문인 걸 깨달았을 때 입가가 올라갔다. 그토록 내려놓자고, 지나가는 생각에 붙들리지 말자고 말해 왔으면서도 나는 어느새 포로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낭비한 내 시간들은 또 얼마나 많았나!' 내려놓음이 답인 것을, 이손에 저 손에 주머니에 많이도 들고 잡고 넣고 있었다. 모든 사람 하나하나에 의미를 되묻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건 '바람'이었다. 내가 먼저 가지 않으면서 내게 오길 바라는 마음, 내가 먼저 주지 않으면서 받길 바라는 마음,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지난 일을 수없이 부르는 마음...
그런 마음과 바람이 깊어지면 욕심이 된다. 그 욕심의 무게에 쩔쩔매는 나를 알아보고 탁 풀어주니 그리 홀가분할 수 없다. 동료들과 떠난 하루 여행에서 나는 나 자신을 보고 왔다.
남해 금산의 정상에서 본 사방의 모습, 두 귀가 송신하던 그러나 싫지 않던 차 안에서의 끝없는 님들의 소담, 맛나던 유자 막걸리까지. 조만간 또 봄의 초입에 나설 남해 나들이를 기대하며 이번 길의 소회는 여기서 접는다.
매 순간의 계기는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또 한 발 나아갈 수 있다. 적어도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