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산에 올라

약속이라는 것

by 사과꽃


올려다만 보던 커다란 꽃나무가 내 키만 해졌다. 낮은 언덕을 올라 그 나무 키만큼 에 서보니 바라만 보아도 흰꽃 벚꽃은 참 절경이다. 그렇게 비가 시샘하더니 천지 개화를 더 불러다 놨다. 이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데 홀로 이리 앉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기회를 참 누리지 못한다. 오늘도 약속이 없었다면 여기 이렇게 먼저 와서 앉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달큼한 공기가 무엇과 견줄 수가 없다. 꽃향기가 실려온다.


약속이라는 게 참 사람을 설레게도 하고 긴장하게도 한다. 홀로였다면 일요일을 거실에서 삐대고 있었을 것을, 단지 이 낮은 동네 산을 오르기로 만 했는데 그 약속을 하는 바람에 여러 가지 일처리를 하고 왔다.


나갈 거라는 설렘에 거실을 대충이라도 청소하고 생활 쓰레기를 분리하여 내놓고 차에 실고만 다니던 A/S를 맡겨야 했던 물건도 갖다주었다. 모두가 벚꽃을 보러 가자고 한 동생 덕이다.



약속이라는 게 모두 설레고 긴장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둘이서 좋아서 한 나들이 약속이야 그 나들이를 위하여 여타 일들을 미리미리 챙기며 준비했지만 누구와 어떤 약속을 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도 다를 것 같다. 작게는 자기 자신과의 금주 금연 다이어트 약속부터 손가락 걸고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나자는 언약까지 무릇 약속은 참 종류가 많다.


장래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고 함께 하기로 다짐하는 것이 약속이라면, 언약은 말로써 하는 약속이라고 되어있다. 아이와도 하고 부모님과도 여러 약속을 한다. 일기를 쓰면 놀이동산에 데리고 가겠다는 것도 약속이고 지켜보지 않아도 남은 자들끼리 잘 살겠다는 것도 약속이다.


한 조직이나 한 나라의 대표를 뽑을 때 그들이 내세우는 말, 그러니까 한 명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상대로 앞으로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은 공약이다. 그것은 자신과 당의 이름을 내건 공공의 약속이 되겠다. 그럴 경우의 무게감은 어떠할까. 실행하기 위해서 설레고 긴장되고 그것을 위하여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할까?


바쁜 일상에서 제작기 계획들을 세우고 산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데 골몰하기도 하고 어떤 길을 가는지도 모른 체 지낼 때도 있다. 하지만 크게도 하고 작게도 하며 나와 가족과 지인들과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계획해 보자. 그 계획도 누군가와의 약속이 될 수 있다.


그 약속을 많이 채워가는 게 좋겠다. 어떤 약속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부터 찾아서 일상을 약속으로 채워가면 삶이 더 설레고 윤기 날 것 같다. (202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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