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4월에 나온 책, 선물 받지 못했다면 몇 년 뒤에나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따끈따끈한 내용을 접해서 행복한 주말이었다. 책을 주신 어른께 감사드리며 갚을 길을 생각해 봤다. 부지런히 읽고 좋은 책을 전하는 대물림을 해보는 것이리라.
숱하게 듣고 동의했던 말이 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고. 책 한 권에서 한 사람을 만난다고. 몇 개월에서 1년, 많게는 수년에 걸려 책을 쓰기에, 어떤 이는 한평생에 한 권을 쓰기도 했으니 책에 한 사람의 생과 열정이 오롯이 녹아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답게' 만든다.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의 인생철학이 담긴 책이었다. 겉모습에서 갖는 선입견이 얼마나 컸는지 반성부터 했다. 수년 전 언론에 비치던 외모에서 강압적인 아버지나 선생님으로 예단했음을 혼자 창피해하며 글을 따라갔다. 그분도 팩을 하신단다. 1일 2팩도 마다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노화 대비뿐 아니라 그의 강한 인상 때문이라고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운동을 하느라 공부를 거의 못하여 본인 스스로 국졸(초등졸)이라고 한다. 30여 년을 무조건 책을 읽으셨단다. 15여 년은 독서노트를 썼는데 그 바탕으로 책이 나오고 강연도 하게 되셨단다. 줄을 치며 본 내용이다.
어리석은 자는 책으로 현명해지고, 현명한 자는 책으로 이로워진다.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제탑이고 배는 항구, 자동차는 내비게이션이라면 인생의 안내서는 책이다. 책은 지식과 지혜로 포장된 아우토반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 길을 안 달린다. 여행도 가봐야 알 듯, 책 역시 읽지 않고서 어떻게 알겠나. 내가 사는 데를 모른다면 어찌하는가, 그건 생존의 문제다.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바른생활 사람이 되는 듯싶었다.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서 환기를 하고 청소를 하신다고 했고 새벽에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것이 '사색'이 아닐까 한다 했다.
인맥을 쌓으러 허비하고 다닐 시간에 책상에 책 쌓으라. 책 읽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야만 한다.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인생은 고난이고 일상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고 그게 살아 있음의 증거이기에 미리미리 책을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아무나 가까이 두지 말라. 항상 존중하고 배려하고 겸손해야 함을 책에서 배웠다. 숙이고 낮추고 항상 겸손해야 하지만 적극적이어야 한다.
역시나 손웅정 님도 이런 말을 하신다. '독서를 조금만 일찍 시작했더라면'. 책이 알려준 좋은 습관, 그 반복은 기적을 낳는다. 하루하루가 자신에게는 기적이고 또 기적이라 했다. 사십 대 이후부터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은 책일 테고 자신을 위해 고전을 탐독하고 현 업을 위해 역사를 배운다고 했다.
삶이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쟁의 나날,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고 완성된 사람이 어디 있나. 그래서 계속 청소하자는 거고, 고민하자는 거고, 운동하자는 거고 책 읽자는 거다. 성공 말고 가치를 좇자는 거다. 재능에 노력에 관점까지 더해져야 성공할 수 있게 된다. 그 관점이란 남들과 다른 나만의 독창적인 방향이다. 그 관점을 바꿔주는 것이 책이다.
'미래는 속도의 시대, 시간 싸움이다. 우리는 뭘로 사나? 사는 걸로 사는 거다. 운동하고 독서에 집중하는 삶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 힘든 걸 계속하다 보니 삶이 쉬워진다'라고 했다. 자주 듣는 질문, 누구나 하는 그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렇게 답 하셨다. '저는 사실 책은 꼭 아무것도 놓인 것 없는 깨끗한 책상 위에서, 깨끗하게 손 씻고 와서 봐요'
'시간 없다는 거 다 자기 합리화에서 빚어진 변명으로 본다'는 긴 말씀 끝에 '이게 다 책을 위한 얘기겠냐고 사람을 위하자는 얘기였다'라고 하셨다. '축구 잘하고 싶어도 책이고, 헬스 잘하고 싶어도 책이고, 요리 잘하고 싶어도 책이고, 정리 잘하고 싶어도 책'이란다.
책의 말미쯤에서 더 다가오는 데가 있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생각과 숙고가 사색이라면 본인은 온 종일 하는 사람이라고. 혼자 잘 논다는 건 외로움과 고독을 친구 삼을 줄 알면 된다고 고독과 외로움이 본인의 친구라 했다.
'악의성을 가지고 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인격 잘못이지 내가 쭈그러들거나 수 그러 들일이 아니라'는 말에서는 1500년대에 남명 조식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퇴계가 여러 차례 자신을 모함하는 말을 하여도 허허 웃으셨다는 일화가 있었다.
애초에 자신이남들과 좀 다르게 살고 싶어 했음을, 그 욕심을 지금껏 포기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게으름과 타성에 젖을까, 긴장감이 느슨해질까 매 순간 집중한다고, 긴장감을 갖는 건 책이 해주고 매사에 치열함을 갖게 하는 건 운동이 해줄 거라는 분이었다.
'미래의 승부는 누가 더 디테일한가 거기에서 끝이 난다'라고 하는 그분의 깊이는 이 책 한 권으로 다 그려내지 못할 듯싶었다. 손웅정 님이 끊임없이 읽고 쓰는 생을 살아가듯 오늘도 읽고 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에서 만날 수 있기를. 온통 줄 쳐진 책을 보면서 전해준 어른과 그 글을 써준 분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