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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Jun 14. 2024

인생은 친구를 찾아가는 여행

친구에 대하여


산사의 뒷 길로 접어들어 우린 얼마 걷지 못했다. 찬 바람이 제법 매서웠고 무엇보다 사귀 하나 없는 길이 서운했다. 낮은 도랑을 건널 때 그 속에 비친 하늘이 얼마나 파랗던지 그 물이 어찌나 거울 같던지 살면서 간간이 떠오르곤 했다.




헤어보니 대학 입학하해는 서른 하고도 여러 해가 더 지났다. 그러니 강산이 세 번은 변하지 않았을까. 우리도 풋풋하던 20대 초반이 있었고 4학년이 되던 해의 그 막막하던 기분은 지금도 생각난다. 그 시절에도 취업 걱정을 했다. 어느 해 가을쯤인가 친구와 해인사에 갔었다.


나름 우리끼리 심기일전 휴식 뭐 그런 취지였을 것이다. 가을부터 계획했는데 막상 산을 갔을 때는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갈잎이 더 짙게 변하고 있었다.


아침에 단단히 차려입고 만난 주차장에서 친구는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던지다시피 건넸다. 퉁퉁거리며 들고 있기도 싫다는 것이다. 학우회 선배가 놀러 간다는 말을 기억하고 새벽녘에 자취방에 들고 왔다고 했다. 


그래놓고 내 친구는 그 학우회 선배와 대학 졸업하던 해 결혼했다. 아이 셋을 낳고 전업주부로 부러운 삶을 산다. 계열을 달리했던 그 친구를 만난 건 서클, 요즘 말하는 동아리에서였는데 학창 시절 내내 절친이었다. 도서관 자리를 서로 잡아주고 시간표도 교환하며 지냈는데 그 선배의 등장으로 내 인기는 시들었다.


아마 빙긋이 웃는 내 성격이 이때 더 자리잡지 않았을까. 그들 사이에서 방긋방긋  웃었다. 그네들은 지금도 그때 내 마음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선 여전히 그렇게 날 좋아할 수 없으니 나처럼. 그때 친구란 무엇인가를 나름 처음으로 고민했을 것이다.  




우린 어릴 적 동네 친구가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보다 더 기억나는 세대다. 중고교는 입시에 밀려 솔직히 기억나는 이가 별로 없다. 긴 날 동안 친구로 지내온 사람은 직장 동료가 더 많다. 동료인가 친구인가에서 늘 막히기도 했고 10여 년 나이차가 나는 선배도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가 하면 한두 살 차이도 친구 기 싫은 사람도 있었다.


형제자매 간에도 친구처럼 가까이서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고 성을 달리해도 절친인 이들도 본다.  모두에게서 공통점이 있다면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가 끝없이 이어지는 점이다. 형제자매나 동료도 취미나 성향이 비슷하면 지우가 된다. 뭔가를 찾고 배우며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그 속에서 만나는 친구들 덕분에 더 매료되는 것 같.


친구란 무엇일까. 친구가 주는 의미는 무언가. 문득 우리 젊은 날 외우든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가 생각났다. '비를 맞고 찾아갈 수 있는 친구가 있냐는' 유명한 문구에 얼마나 가슴이 아리던지. 둘레둘레 돌아보며 제 마음부터 겸허해지지 않았던가.


요즘 붐이 일고 있는 평생교육 강좌의 인기나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도 결국은 취미가 같고 지향점이 같은 친구를 만나는 자리이고 그런 허물없는 친구를 찾아가는 길일지도 모다. 직장에서 학연지연으로 무리를 는 이들도 어쩌면 친구를 그리워하는 모습일 수 있겠다. 안쓰럽기도 하고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가장 평범하게 듣는 말이 있다. 부부도 먼 길을 같이 가는 친구라는 말이다. 혼자 가든 함께 가든 인생길은 그렇게 늘 친구를 찾는  다. 그 친구가 사람이든 책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누구나 찾는 그 무엇을 친구에게 기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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