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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Jun 11. 2024

연못의 잉어가 이상하다

수국동산 연못의 잉어


창으로 분수대 물소리가 올라온다. 정확히 9시에 분수대가 켜지나 보다. 아침마다 찍는 사진에는 늘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설치물만 있었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분수를 제대로 본 적은 없고 간혹 물소리에 내려다보면 겨우 물의 꽁지만 보여도 반갑다.


출근길에 늘 연못을 지나온다. 아담한 동산에 빽빽하니 키다리 나무들이 들어섰고 그 앞에는 잔디를 깔아 벤치도 댓 군데 있다. 잔디를 밟고 걸으면 자연히 그 앞의 연못으로 가게 된다. 연못의 1/4을 덮은 데크에 오르면 건너편에 연꽃이 피었고 잉어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초봄의 새잎이 이젠 넘실거리고 하얗게 일렁이던 조팝꽃도 흔적만 남았다. 이른 아침 새소리는 심장을 두드린다. 수런수런 하던 노란 꽃창포도 그 우아했던 여운만 남겼고 드디어 수국 동산이 되었다. 연못 한가운데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멋들어지게 심어 두었다.


누구의 생각에서였을까. 연못을 십자로 분할해서 한 칸에는 연꽃을 심었고 대각선 위치에 데크를 설치했다. 데크 아래와 양쪽 공간을 포함해서 3칸을 오가는 잉어들이 명물이다. 데크 이쪽저쪽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잉어가 따라온다.


지층을 울려서 그럴까. 데크에 올라서면 팔뚝만 한 잉어들이 매번 '또 나에게 낚이려고' 붉고 노랗고 하얀 등을 보이며 몰려온다. '하이고 난 빈손인데' 라며 눈을 대면 새까만 잉어들이 더 많아서 더 커서 더 놀라게 된다. 언제라도 먹이를 한 번 사 가야 한다.


오늘 아침 둥글둥글한 수국을 지나 거울 같은 연못으로 갈 때였다. 한 녀석이 물에 떠 있었다. 손바닥보다 큰 자라가 옆에 붙어있는데 모양이 심상찮았다. 더 다가갔을 때 '아이코' 했다. 물에 뜬 녀석이 잠수를 하지 않았다. 가만 보니 배를 드러내고 상처가 나있다. 어떡하나!


이른 시간이었고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도 얼른 호수를 떠났다. 물이 좀 더 깨끗했어야 했나? 그렇게나 큰 녀석이 다른 놈들의 공격을 받은 걸까? 먹이가 부족했나? 어제 낮시간과 밤사이에 벌어진 일이 틀림없다. 그 옆에 붙어있던 자라의 공격이라기엔 상처가 너무 크던데. 자연사일까?




나 자신이라도 제대로 챙기자고 하던 말이 얼마나 미숙한 모습인지 돌아봐졌다. 얼른얼른 나를 챙기고 일어서야 한다. 할 일이 많다. 내 상처를 안고 있으면 정작 내 앞의 사람들이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모두 다 이해하려니 힘든 거다. 함께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보낼 사람은 보내고 아닌 사람은 제외해야 한다. 선처나 이해 같은 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에게만 줘야 하는 것이다.


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 쉴거리 생각거리를 주는 연못, 그 작은 호수에 낮에 시간을 내서 한 번 가봐야겠다. 누군가가 그 잉어를 뜨서 잘 묻어주었기를.


보이는 사물에서 우리 네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고 또 한 수 자연에서 배운다. 안팎으로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내 힘을 필요한 곳에 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이 그런 상처를 입지는 않았는지 자기에게 몰입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다른 이를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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