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꽃 May 31. 2024

유리 같은 바닷물을 들여다 보고

읽고 쓴다는 것


'동양나폴리'라 하는 통영의 아침이다. 걷다가 들여다본 바닷물이 어찌 그리 깨끗하던지. 바위며 선착장 기둥에 붙은 따개비를 뜯어보고 싶었다. 맑은 물에 담긴 그 조가비는 날 것으로 먹어도 될 듯했다.

 

여러 차례 방문을 했지만 혼자 그리 들여다보긴 처음이었다. 30여 분도 되지 않는 잠깐의 시간이었음에도 그렇게 맑은 줄을 오늘에야 알게 됐다. 어제저녁에 먹었던 생선회에 대한 불편함도 가시고 속까지 편해졌다.

 

맑은 물에 대한 믿음 신뢰는 그렇게 참 큰 것이다. 잠깐의 사색 덕분인지, 실제로 보게 된 그 유리같이 투명하던 바닷물 덕분인지, 아니면 함께 온 단체인 들이 주는 신뢰 덕분인지 마음도 차분해진다.


'같이 또 혼자'를 경험한다. 오롯이 혼자만의 나섬이 안될 때는 이렇게 단체 속에서 나와 홀로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겠다. 함께 할 때는 못 보던 것들이 보인다. 사물을, 전체의 혼잡을 잠시 가라앉히고 그 속의 나를 볼 수 있다.


누구도 탓하지 않았고, 간섭하지 않았고, 금하지 않았음에도 긴 세월 동안 내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그건 나 스스로가 만든 레였음을 알게 됐다. 단순히 나이 들어서 가지게 되는 자각이 아니다. 어쩌면 이런 홀가분함을 깨닫지도 못하고 나이 들어갈 뻔했다.


간혹 느낀다. 올해 들어서 더 확신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당당함이 속에 차 올랐을 때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참 묘한 깨달음 같은 것이다. 어쩌면 숱하게 읽고 또 쓰면서 내 안의 뭔가가 달라졌는지도 모른다.


더 나아간다면 나는 또 무슨 생각에 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여하튼 열심히 가 보는 거다. 읽고 쓴다는 것은 이렇게 스스로를 바꾼다. 투명하여 제 바닷속을 다 보여주고 그 명료함으로 인하여 무한 신뢰를 주는 저 항구처럼 묵묵히 가보는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더 잘 전달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