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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Nov 12. 2022

마른 플라타너스 잎은 어디로 갔을까

노란 은행잎도 떨어지고 있었다.


문명의 혜택을 아주 가까이서 누린다. 10여 명이 넘는 기다란 줄에 서지 않아도 5분 이내에 카카오 택시는 우리 앞에 섰다. 심신이 지친 우리를 묻지 않고 목적지에 데려다줬다. 문명이 편리함만 가져다준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과 차가 뒤섞인 거리에 자연도 함께하고 있었다. 길 양쪽에 서 있는 차들과 움직이는 차들 그리고 이동하는 사람들까지 도로는 빼곡했다. 그 사이에 신기한 물건들이 있었다.


초록색이었을 텐데 거의 갈색으로 변한 플라타너스 잎이 훌렁훌렁 날아 뒹굴고 있었다. 말라 오그러 졌지만 여전히 내 손바닥보다 커 보였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갈 만큼 수북했다. 그러고 보니 가로수 몸통이 엄청나게 굵다. 주차한 차들이 모자처럼 쓰고 이불처럼 덮어도 한동안은 더 잎을 떨굴 모양이다. 


플라타너스 잎만 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노란색이었던 듯 아담한 은행잎이 바닥의 절반을 차지하고 누웠다. 제법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중에도 노란 잎은 떨어지고 있었다. 


하면 되고 찾는 곳에 길이 있고 바라고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진실임을 알고 있으니 나는 여전히 젊다는 생각이 든다. 자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마른 플라타너스 잎과 반듯하게 형체 하나 변하지 않고 떨어져 내리던 은행잎들이 다 어디로 갔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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