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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스 Aug 29. 2024

활을 잡는 줌 손이 또 터졌다

활터 스케치 - 활에서 배우는 인생사


모처럼 시간이 되어 활터로 날아갔다. 늘 있던 10여 명의 군단이 보이지 않았다. '편사'를 하고 진 팀이 사는 빙수를 먹으러 간 거였다. 활을 쏘는 '사대'에는 꼭 한 분이 활을 놓고 있었다.


신입 회원으로 가입되려면 아직 한 달이 더 남았다. '정'마다 있는 사범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하여, 함께 입소 예정이었던 두 분은 타 '정'으로 갔다. 하여 여기서는 여러 선배들의 알음알음 지도를 받는 중이다. 그 낱낱의 지도가 고마웠는데 아무도 없는 상황은 또 왜 좋은지.


얼른 활 5발을 차고 사대로 나갔다. 옆 칸에 두어 기 선배가 혼자 활을 날리고 있어도 사람들 오기 전에 한 과녁을 차지하고 서봤다. 여러 사람들이 일러주던 비법을 떠올리며 첫 활을 장전했다. 드디어 하늘로 날렸는데 '세상에나' 그 첫발이 145미터를 날아서 1중을 했다. 초록색 불이 들어온 것이다.


그래도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연이어 남은 4발을 날렸고 옆 사수가 자기 활을 다 날리고 실내에서 내다보는데 하나도 관중되지 않았다. '첫 발은 맞았어요!' 하고는 씩 웃었다. 잠시 휴식 후 선배와 이어가며 5발을 더 놓았다. 그중 요행히 1발이 관중을 했고.


얼마 못 가 사수들이 늘어나면서 3 손째에는 5명이 놓게 되었다. 그렇게 2 손을 더 놓았고 총 15발을 같이 놓았음에도 한 발도 관중되지 않았다. 어떡하겠나. 부지런히 연습할 수밖에.


타 '정'에서 거의 몰기(5발 모두 명중)를 하고 있다는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우리 정에서 떠난 동기 2명을 따라가려면 그래야 한다. 활을 쥔 손의 엄지와 금지 사이 골에서 딱지가 터져 피가 뚝뚝 흘렀다.


두 번째 손(5발)을 놓을 때 상처가 터졌다. 응급으로 머큐로크롬을 발랐고 그렇게 총 5 손(25발)을 놓았다. 당긴 화살을 놓아야 날아간다. 오른손 엄지에 낀 '깍지'가 아무리 아파도 팽팽하게 당겨야 하고, 활을 잡은 왼손은 어쨌든 움켜쥐고 버텨야 한다.


왼손 엄지 검지 사이 딱지가 벌어지며 피가 흘러도 감내해야 한다. 초보라서 그렇다. 그나마 시가 팔을 때리지 않아 팔에 상처는 없다. 활을 날리고 움찔하는 순간 날아가는 활의 깃이 줌손을 치고 나간 것이다. 아물만했는데 터지고 말았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매 순간은 언제나 낯설다. 봉하고 꿰매고 치료해도 자칫하면 터진다. 삶이 그렇다. 매일매일 일 관리, 사람 관리, 감정 관리에 정성을 기울여야 피를 보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일터는 눈에 보이는 피가 아니어도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다반사다. 그 대처는 스스로의 몫일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 더 단단해졌을 것 같은데 더 쉽게 터지는 것 같다. 남의 피를 낸 건지 내 피가 난 건지도 모를 일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나이 든 자들의 이기심이 어우러져 치고받는 형국에서 일어난다. 그 순간에도 필요한 힘은 긴 호흡과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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