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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꽃 Nov 25. 2024

12월


옵니다

달력이 남았어요.

이번 주가 가면 12월입니다.

안 올 것 같았는데

차마 이렇게 금방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12월이 옵니다



맞아요

우리 같이 보냈던 그 무더웠던

여름도 갔고요

대원사 골짜기 감나무는

이파리 하나 없이도 빨간 감이

주렁주렁 열리지 않았던가요

가을도 가고 있는 거예요

12월이 문 뒤에 와 있다니까요



그래요

내가 사랑하는 것도 맞고요

애타게 부르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는 고요

보내고 싶지 않아도 은 갑니다

나를 여기 한가운데 앉혀두고

세월은 간다구요

한 때 가슴 아파했던 봄꽃도

숨이 턱턱 막히던 열정도

지금 알알이 차오른 과실도

인정해야 하는 기억이에요



우리 그럴까요

마른 잎사귀마저 자취를 감춘 날

온 산 온 땅이 잿빛으로

흰색으로 변해도

우리가 꾼 꿈들은 잊지 말기로

우리가 키운 사랑은

어딘가에 묻어두기로

당신과 나의 사랑은

그런대로 봐주기로

12월이 오면 가장 먼저

마중 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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