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산모가 분만실로 들어왔다.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산모도 있고 입술이 터지도록 앙다물고 고통을 참는 이도 있다. 무엇보다 제 몸보다 큰 배를 보듬고 있는 그녀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에 불을 든 듯 종종걸음으로 다가간다. 선임 간호사님이 소리쳤다.
"산모님! 숨을 쉬셔야 해요! 아프다고 숨을 참으면 아기에게 산소가 안 갑니다."
산모가 화들짝 놀란다. 분만실로 왔다는 건 해산이 임박했다는 거다. 의사가 들어오고 분만실 공기가 신속하게 돌아간다. 얼마나 울부짖다 왔는지 반쯤 잠긴 산모 목소리가 안타깝다. 드디어 공기를 깨는 아기 울음이 터졌다.
"'응애응애"
분만실에 함박웃음이 퍼진다. 얼굴과 손발을 닦고, 손가락 발가락을 세고, 포대기에 고이고이 싸서, 처음으로 엄마 볼 준비를 한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울어대는 아기 울음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기함할 정도다. 이 아기는 특히나 목소리가 더 우렁차다. 귀가 먹먹하여 얼른얼른 달랜다. 갓난아기를 받은 산모가 자세히 보려 애쓴다. 웃음인지 울음인지를 토하며 아기를 달랬다.
"응~ 또야! 또야! 괜찮다 괜찮다"
세상에나! 그렇게 땡 고함으로 울어대더니 울음소리가 한 옥타브 낮아졌다. 모두 신기해서 눈이 커진다. 한 간호사가 아기를 안고 나가고 산모의 의료 처치가 남았다.
두 번째 출산이었음에도 그 고통은 처음 같았다. 주위에는 아프다고 고함을 지르는데 소리 낼 힘도 없었다. 저절로 입을 앙다물고 숨을 멈춘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팔을 때렸다.
"지금 뭐 하세요! 숨을 쉬셔야지요. 숨 안 쉬면 아기한테 산소가 안 갑니다."
놀라서 다시 숨을 들이쉰다. 오죽하면 호흡을 멈출까. 간호사가 따라 하라며 호흡을 가르친다. 아기와 한 몸이라는 걸 깨달으니 뭉클했다. 열심히 라마즈 호흡법을 이어간다. 드디어 침대를 밀고 어딘가로 간다.
꼴딱 숨이 넘어갈 때쯤 간 곳이 분만실이다. 진료하던 의사가 들어왔다. 남들은 미리 아기 성별을 알던데 분만실에 올 때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뜬금없이
"큰애가 있소?"라고 한다. "큰애는 딸이요 아들이요?" 묻는다.
이래놓고 아기 성별을 말해주지 않는다. 나이 든 의사가 혀를 끌끌 찬다. 딸이든 아들이든 금쪽같은 존재인데 의사가 혀를 차다니! 노 의사를 자세히 바라봤다. 드디어 세상에 나온 아기는 분만실이 떠나갈 듯 제 소개를 한다.
"응앙 응앙"
어찌나 크게 울던지 분만실 안에 있는 모두가 혼비백산이다. 속이 후련했다.
"하이고! 무슨 애의 울음소리가 이렇게나 크노?" 누군가 말했다. 아기를 신생아실로 데려가고 시술이 이어졌다. 국소마취를 한 걸까? 아기를 낳을 때는 스걱스걱 가위소리가 나도 통증을 몰랐다. 아기를 보내고 상처를 꿰매는 시간이 아기 낳는 시간보다 길었다. 무얼 그리 천천히 하는지, 마취가 풀린 듯 처치 시간 내내 아기 낳기보다 더 아팠고 거의 고문 수준이었다.
더 황당한 건 그때였다. 금테 안경의 나이 든 의사가 양쪽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며 시술을 이어간 것이다. 이쪽으로 바늘을 통과시켜 주면 이쪽 간호사 받아서 빼들고, 저쪽으로 바늘을 보내면 저쪽 간호사가 받아서 빼든다. 대화내용은 저들의 일상 이야기다. 산모를 무시하고 있었다. 자연분만은 안 봐도 될 분만실 상황까지 보고 듣는다. 그들 모두 아기와의 첫 만남에 오신 귀한 분이라고 여기며 애써 마음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