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즘 생각

착한 언니보다 센 언니가 좋지

by 사과꽃



최애 하는 펜이 있다. 그 펜을 쥐면 그냥 뭔가 쓰고 싶다. 가장 많이 쓰는 글이 내 이름 석자지만 후루룩 이 말 저 말 한 바닥을 채운다. 내 마음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펜이다. 그러니 어디를 가든 종이가 없어도 펜은 한 손에 쥐고 간다. 이런 편애가 하나 더 있다.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이다. 일명 '소심한 A형'이 되었다.



그렇게 말한 친구의 이야기다. '친구 넷이 밥을 먹고 있었단다. 갑자기 한 친구가 숟가락을 탁 놓고 뛰쳐나가자 'O'형인 친구가 '아니 저 자식이 왜 뛰쳐나가지? 가서 물어봐야겠다'하고는 뒤 따라 나갔단다. 'B'형 친구는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 밥을 먹고 있고, '소심한 A형 '은 멈칫 두 손을 모으고 '어머 나 때문인가 봐'라고 말한단다.' 언제부터 소심한 A형이 되었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센 언니였다. 할 말과 주장은 똑바로 바라보고 했다. 어느 순간 착한 언니로 둔갑해 있었다. 앞에서 덕담이랍시고 유하니 선하니 해도 반갑지가 않다. 왠지 색깔을 잃어왔음을 물러터졌음을 느끼니 말이다. 이유가 뭘까? 너무 많이 내려놓았나? 너무 쉬 용서를 해준 걸까? 용서가 안 되는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그런데 다 놓은 척을 했구나.



사실 용서해주지 않아서 소심한 A형이 된 거다. 너덜너덜 상처가 났는데 겉으로 웃어 온 결과다. 손에 들고 다니는 펜처럼 마음에 들고 다닌 상처가 컸다. 그랬는데 그걸 깨닫는 상황이 생긴다. 상처 주던 이들이 손을 내민다. 어이없지만 예민하던 마음은 조금 가볍다. '미운 사람은 굳이 때리지 않아도 누군가 때려주는 사람이 생긴다'더니, 그래서 마음을 바꾼 거니?



어찌 됐든 기세를 몰아 센 언니로 복귀하고 싶다. 이런저런 고마운 일들이 생길 때 손해 보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했다. 그런데 되려 이용하는 이들이 생기지 뭔가. 모른 척해도 속은 쓰렸다. 퍼주고 양보하고 겸손이니 겸허니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기도 필요해 보인다. 봄이지 않나. 그런 오기가 뭔가를 시작하는 에너지가 된다면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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