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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Nov 21. 2023

아이가 전해주는 꽃 무더기에 취해

한 무더기 국화 선물


예쁜 꽃을 보면 보여주고 싶고 반가운 것을 보면 전하고 싶은 마음이 선물이다. 그럴 때 그 선물은 사랑이다.



한 때 선물은 조금 거창해야 한다고 여긴 적이 있다. 선물을 해야겠는데 제대로 된 선물을 하려 걱정부터 고 받을 사람의 여건에 맞추려다 보면 그 고민이 깊어지다가 결국 엉뚱한 물건으로 귀결되기도 했다. 그럴 때 선물은 부담이고 억지이지 않았나 싶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담배 같은 것을 준 기억도 있다. 가장 많이 전한 선물로는 가격대가 넓은 술일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김영란법의 덕분일 것이다. 선물을 해야 할 것 같은 타의적 의무감을 덜었다. 주지받지않으니 어찌 되었든 선물에 대한 고정관념도 변해왔다.


질적 선물보다는 정서적 이익인 격려나 칭찬이 더 큰 선물로 자리 잡아왔다.


정확히는 언제부터였을까? 선물이 그저 상대방을 생각해 주는 가벼운 마음 표시여도 좋겠다고 여기게 된 때가. 누군가는 지천에 피어있는 장미 덩굴을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모두 너에게 주는 내 마음이야'라는 한마디로 엄청난 선물을 안기기도 했다는데. 그렇게 선물은 무형의 감정 표현기도 했다.




딸아이가 산책길에 어여쁜 꽃을 보고 카메라에 담아 공유를 해줬다. 국화가 알록달록 예쁘게 종종 매달려 어우러져 있었다. 가을의 문턱에서 여기저기 '국화축제'도 많을 텐데 못 간 아쉬움이 있었다. 그 가을은 아파트 한 모퉁이에도 그렇게 갖가지 색의 송이가 어울려 피었나 보다. 제 철을 알리며 피어 있는 것이다.


'넌 무슨 색깔의 국화가 가장 이쁘냐? 어떻게 국화가 눈에 들어왔다니? 난 샛노랗고 풍성한 노란 국화가 가장 이쁘고 보고 싶었는데 거기 무리에도 그 노란 국화가 있네. 노란 국화는 언제부터 필 준비를 한 걸까.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소쩍새가 우는 봄부터 그렇게 준비를 해온 걸까.'


'그럼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두 팔 벌려 들여다보고 이뻐하고 사색해야 천지에 국화가 다 사라져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그지? 그거 아니? 국화는 다년생 화초라 그 뿌리는 겨우내 기다렸다가 새봄에 다시 싹이 올라온다는 거? 봄부터 싹이 올라와서 여름내 잎을 키우고 가을이면 꽃 몽우리가 자라 어느 날 퍼어엉 꽃잎이 터트려지는 거. 국화 한 송이에도 사계절이 다 있다고.'


저 애들은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우왕 우릴 카메라에 담아 가네! 벌써 여러 곳에 퍼 날랐대! 1년을 기다린 보람 있지 않니? 이제 져도 여한이 없어. 우리 더 힘내보자고. 자 다들 화알짝 방긋.'


'우린 늘 당신들 마음속에 사랑으로 있었다오. 당신들이 그 사랑을 빨갛고 노랗게 발견했고 이제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선물이 되었으니 정말 고마우이.'



2023년 11월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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