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즘 생각

시작 전의 고심은 깊을수록 좋은가

대학원 면접시험을 마치고

by 사과꽃

'들에 핀 황화 코소모스에 반하여 많은 사진을 찍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뒷모습이다. 바람에 쏠리고 햇살을 바라보느라 꽃은 길을 외면하고 있다. 어딘가에 환호하고 몰두하면서 뒷모습만 보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진학을 실천하기까지 3~4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염두에 두었던 전공분야는 우여곡절 끝에 한 칸을 옮겨 자리 잡았다. 몇 년 전에 진학했다면 상담 쪽으로 갔을 테지만 평생교육분야로 정했다. 결정하면서 뭐든 때가 있음을 실감한다. 원서접수 하고 드디어 오늘 면접을 봤다. 새로 할 공부라고 잠도 설쳤다.



그동안 가족 지인은 물론 브런치 글에도 언급될 만큼 대학원 진학은 중요했다. 마음을 다잡으려는 노력이었음에도 면접을 하루 앞둔 어제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벼르고 올인해 왔음에도 이게 맞는 결정일까 하는 의문이 짙었고 면접을 가지 말까도 으니 마음은 참 모를 일이다. 올봄, 그리니까 3~4월경부터 몰두하여 준비해 왔던 일인데도 그렇다.



학위를 받은 이도 만나보고 현재 공부 중인 이도 많은 응원을 해줬지만 긴장은 늦춰지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디뎌왔는데 무슨 갈등이 그리 생기는지. 연락하고 만나고 시간 내서 찾아갔지만 그 망설임은 공부를 시작할 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드디어 면접을 치른 오늘, 가을학기는 뽑을 수 있는 정원이 많지 않고 응시자가 많아 불합격될 수 있다고 했다.



학교와 평균 3~40분이 더 걸리는 곳에서 5분 거리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 15여 년 산 집을 옮길 예정이다. 시작 전의 고심이 이렇게 깊어서 그럴까. 막상 진학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 유쾌하지 않으면서도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읽던 책 마저 보고, 보려고 쌓아놓은 책 부지런히 읽고,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도 써야겠다. 긴장을 풀고.



학위가 왜 필요했는지, 학위과정에 가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인지, 홀로 찾을 수는 없는 것인지 다시 짚어볼 생각이다. 정말 시작 전의 고심은 깊을수록 좋은 건가? 이 말은 그 시작을 무난히 했을 때 이야기다. 항구를 떠나는 배에 무난히 승선하여 항해를 시작할 때 회상할 말이다. 시작하기 전 뭔가에 집착하고 고심하는 단계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남들은 쉽게 하는 시작이 어찌 그리 어려운지, 가을학기에 시작해서 그럴까? 잘하고 좋아하는 글공부 반에 들어가서 새로운 학문 한 번 배워보고 싶은데 시작도 하기 전에 쓰이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이번학기에 시작할 수 없다면 다음 학기에 다시 준비할 힘이 날까. 이만큼이라도 발을 떼고 울퉁불퉁 지나온 길이 나쁘진 않았다. 나름 재미났던 면접을 마친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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