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첫 수업이니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배부해 드린 교재비 2만 원과 시집 3만 원 합하여 5만 원입니다."
강사가 다가와서 앞에 앉은 두 명에게 현금 5만 원을 받고 있다. 교육 교재는 앞뒤로 인쇄한 3~40페이지 분량이고 배부한 시집은 강사의 시집이 아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시를 모아서 200페이지가 넘고 시집은 강사이름으로 엮음이라고 해놨다. 개인 시집이 보통 권당 1만 원대에 판매되는데 남의 시 묶음 가격이 두 배 가량이 된다.
중간관리자를 위한 리더십향상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소수 정예로 고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소개받아 갔는데 중간에 그만 두기도 어려웠다. 고가의 수강료를 내고 교재도 시집도 사야 했다. 강사와 수강자들이 복사한 시집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팔고 사는 모습이 불편하고 황당했다. 거기다 좋은 시는 다 모아서 찾는 이가 많다고 강사는 자기가 묶은 시집을 자랑했다.
스피치 기본을 소개하는 초반부 외에는 명언을 소개하고 강사가 찍은 사진을 자주 보여줬다. 거기에 수업마다 빠지지 않고 음악을 틀고 시낭송을 했는데, 중년에 접어든 수강생들은 하루의 피로를 그 수업에 와서 풀고 위로를 받는 듯했다. 그런 면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수 있다. 남의 시를 묶어서 판매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해준 말이 전해졌는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모으기 어려운 시를 모았고 부 교재로 판다'라고. 창작자의 동의 없이 인쇄하고 판매하면서도 강사는 자기 노력의 대가라고 여기는 듯했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생기는 일은 많다. 알면서도 그러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창작성이 있는 것, 작자의 독자적인 사상과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을 말한다. 저작권은 저작한 작가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다.'(Daum 어학사전) 권리는 뭔가?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처리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나 힘이다.'(Daum 어학사전) 그러니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저작물을 만든 사람의 자격과 힘이 될 것이다.
그 강사는 명백히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자격과 힘을 편취한 상태다. 제대로 알아야 반성도 하고 멈출 텐데 만연한 병처럼 유사사례는 많다. 불법 노래 다운로드로 원곡자가 부도나고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상황도 보고 들었다. 그러면 관련 법과 규정을 사람들과 어떻게 공유해야 하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공연한 교육행사가 많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저작자의 권리를 알려줘야 제대로 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공유하는 기회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일테면 '2025 저작권공모전' 같은 이런 행사는 더 필요해 보인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를 비롯하여 수백만명의 독자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전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 감사하는 마음은 제대로 알 때 생길 것이다. 저작물이 너무나 쉽게 유포될 수 있는 첨단시대, 저작권을 보호하고 중요성을 공유하는 노력은 더한층 필요하다. 공모전 결과를 공지하고 인쇄하여 배포하거나 지속적이고 직접적으로 문자 홍보를 하는 것도 좋겠다.
글을 쓸 때 인용처를 밝히면 되는 줄 알았기에 나 역시 제대로 알지 못했다. 모든 창작물은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구한 후 이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그러니 출처를 밝히는 건 단지 남의 저작물임을 알리는 표시일 뿐이다. 일부 보조적인 역할로만 인용하거나 저작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남의 저작물을 활용하거나 인용하는 경우에는 유의해야 한다. 저작권 공모전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글을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글을 적어서 벽에 붙여 놓는다. '모든 창작물은 원문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가급적 지양해야 하고 인용할 경우 출처를 밝히고 보조적인 역할로만 인용하라'. 리더십 수업을 들으며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했는데 부디 그 강사나 수강자들도 저작권을 제대로 아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글을 쓰고 읽고 전하는 모든 행위의 원천에는 사람에 대한 존경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담겨 있어야 한다. 몰라서 하는 실수라면 저작권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더 이상의 실수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