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러 가지 않고 글을 씁니다. 간혹은 재미있는 책이 옆에 있어도 읽지 않고 글을 쓰고요. 누구는 24시간 글을 쓰지 않는 순간이 없다고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부쩍 사람 만나는 시간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잘 안다고 여긴 사람들이 책 보다 덜 좋았나 봐요. 미묘한 틈을 느껴왔지요.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누군가의 험담이 주를 이루고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때 마음이 멀어집니다.
그 사실을 발견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됐지요. 말을 하면 자기 의견을 말해주고 반갑게 화답하는 사람이 끌리고 계속 만나고 싶어 집니다. 결국 삶의 방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남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자기를 털어보는 시간이 홀로의 시간을 외치는 단계가 아닌가 해요. 그 단계를 넘어섰을 때 그래도 주위에 남아있는 사람이 비슷한 사람이지 싶습니다.
며칠 전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마음키퍼' 작가님이 법정스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쓴 글이 있었어요. '인연이 다하면 자연히 멀어진다. 붙잡지 말고 놓아주는 연습을 하라(법정)', '인연을 정리한다는 건 무언가를 얻는 일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나를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삶이란, 그런 떠나보내는 용기와 붙잡지 않는 지혜 사이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마음키퍼)' 이 글을 읽고 누군가의 내면에서 치열했을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간혹 찾다가 찾다가 마음 빗장을 거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하고 동의를 구하고 또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데,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갈 사람이 그리 쉽지 않아요. 그냥 만나 아무 말 안 해도 편안하기만 한 사람도 드물고요. 하여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날이 많아집니다. 그게 나이 듦일까요? 그 시간 동안에 쓰고 싶어졌습니다. 의외로 그렇게 앉아서 쓰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요. 후련해지기도 하고 글이 또 친구가 되네요. 사실 산다는 게 꼭 사람과 부대껴야 되는 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증상도 아마 홀로 보내는 즐거움을 깨달은 한 단면이지 않나 합니다. 그래도 살다가 무수한 시간 동안 나와 닮은 사람을 그리워하겠지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차 한잔을 놓고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 정다운 벗이 그립겠지요. 그런 사람이 없다면 그런 사람이 드물다면 흘러가는 인연을 정리하고 놓아주고 떠나보내는 용기를 내야 하고 붙잡지 않는 지혜로움을 발휘해야 하고 마음키퍼 작가님이 말한 대로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길이 삶이겠지요. 그러니 어쩌면 사람은 지독히 오래 홀로 생각하고 고독해야 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는 보는 이의 시각에 맡겨두고 앞으로도 그냥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보다 홀로 앉아 글을 쓰려고요. 읽기도 하고 필사도 하면서 손으로 쓰든 자판을 두드리든 이 글을 읽어주는 님들 마음으로 흘러갈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전화를 하고 약속을 잡지 않아도 글을 쓰면서 누군가를 만나러 가게 되는군요. 오래도록 혼자 앉아 쓰는 이 글을 만나러 자주 와 주시겠습니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런 마음의 흐름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