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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을 읽으며

by 사과꽃


브런치 글을 읽다 보면 참으로 정성스럽게 쓰고 짓는 글을 만난다. 펜을 들고 글을 써보지만 손으로 쓰는 정성보다 더한 글쓴이의 정성이 전해와서 겸손해지기도 한다. 너무 쉽게 쓰고 올리는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까지 다. 긴 분량의 글이 한 주제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내용에 고마워하다가 감탄까지 한다.


간혹 무슨 말을 하려는지 따라가기 어려운 긴 글도 있다. 말하려는 뜻을 쉬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하며 요란한 언어에 현란한 색까지 더해 특히나 크고 작은 글자는 집중을 방해했다. 개인적인 까다로움일지 모르지만 읽어내기 힘들었다. 그래서였는지 내 글은 자꾸 짧아진다.



어느 순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보다 읽는 걸 더 많이 한다. 신통한 일은 그날 떠올린 생각과 같은 글이 많이 올라온다는 점이다. 오늘만 해도 '언어감수성 수업'(2024, 신지영)을 읽다가 브런치에 들어왔을 때 여러 작가들이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회적 관계가 넓은 사람이 평균 수명도 길기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말은 중요하다는 맥락을 읽는 중이었다.


'함께 있다는 것'의 가치와 '사람들과의 관계' 이야기 그리고 '섬 보길도'와 관련해서 다양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정성스럽게 소개해주는 글을 보면서 이렇게 통하는구나 싶었다. 비슷한 글에 꽂혔을 수도 있지만 간간이 같은 생각의 글을 접하면 브런치에서 친구를 만나 대화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엄마 생각이 나는 날에는 작가들의 엄마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만 3년이 되어간다. 수많은 작가들의 어마어마한 필력을 접하며 무얼 써야 할지 막막하던 때가 있었고 내 글이지만 말이 안 되는 글을 많이도 올려놨다. 이제는 방금 올라오는 글과 구독한 작가의 따끈따끈한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취미가 되고 일정이 되고 이제는 특기가 될 순간을 내심 기대하며 누구보다 브런치의 재미에 푹 빠졌다.


쓰다 보니 나름 정한 분량까지 왔다. 가끔 와서 읽어주는 벗님이나 처음 온 분들이 단숨에 읽고 다른 글을 읽으려면 시간을 많이 뺏을 수 없다. 예닐곱 단락 정도가 정한 분량이다. 브런치는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이어가고 있지만 잘 쓰든 못 쓰든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멍석을 깔아준 건 분명하다. 브런치에서 만나는 지우들을 얼마나 많이 연결해 주는가. 그게 좋아서 개인적으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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