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야
아 그렇게 쳐다보지 좀 마라
눈이 그렇게 작았구나 코와 입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너는
나무에 얼굴을 꼭 대고 있는 나무늘보
모가지는 원래 그렇게 없는 건가
털 속에 묻혀 숨은 건지
그리 볼을 나무에 대면 등도 보이지 않고 너무 깜찍하잖아
움켜쥔 나무가 그렇게도 좋니
두 팔로 싸안은 나무에 볼을 대고 빙긋이 웃는 늘보 너는
팔도 튼튼해 보인다
긴 날을 나무 타고 오르내린 덕에 팔이 길어지고 튼튼해진 건가
나도 나무를 타고 다니면 팔힘이 세어질까
웃지 마라 늘보야
쳐다보지 마라 나무늘보야
그렇게 바라보고 미소 짓지 않아도 그리 외롭지 않으니까
너까지 쳐다보고 관찰하고 그러면 마음먹은 것 털릴지도 모르니까
내일부터는 내 컴퓨터 배경화면에
쓱 지나갈 것이지 그렇게 오래 나타나서 나를 지켜보지 말기를
어디 가서 일러주지도 말고
어느 한 사람이 참 조용하게 지내고 있더라고만 기억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