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물드는 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읽고 - 채수아 지음 -

by 사과꽃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메모를 해놓았던 책 '사람을 사랑하는 일'{채수아)이 왔다. 주문에 비하여 도착은 어찌 그리 빠르던지 반가웠다. 가방에 넣어 다니다가 어느 순간 식탁에 올려놓고 틈틈이 보았는데 어느새 다 읽어버리고 이제 서운해서 다시 넘겨본다.


고된 시집살이를 시킨 시모님을 정말 절절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내내 있었다. 저자는 슬기롭게 사랑으로 넘어섰다. 여전히 '시'자가 붙은 가족은 공적인 느낌이 앞서는 사람으로서 존경심이 일었다. 애초에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구나 감탄도 하며 따라갔다.


아마도 동세대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기 상황을 비추면서 읽지 않았을까.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되물어도 보며 읽었다.




저자는 시어머니를 '인격까지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사시다 떠나셨다'라고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며느리의 역할이 적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를 절절하게 이해하게 된 바탕에는 남편의 역할도 한몫한 듯하다. '핏줄로 이어진 인연보다 더 가까워서 무촌'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나온다. 화장실 앞에서 핸드백을 들고 기다려주던 사람이라고도 나오고, 깁스를 하고 입원했을 때 병상을 지켜줬다는 남편 모습을 상상해 보며 시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그렇게 돌고 돌아서 만들어지고 전해졌을 것이라 여겨진다.


'진실하게 미안하다는 말이 얼마나 큰 치유의 힘이 있는지 알았고, 자기의 인격을 높이는 그 어려운 것을 거뜬히 하신 어머님'이라는 저자의 말에 안도했고 다행스럽기도 했다. 사실 며느리들은 말을 전하지도 묻지도 못하는 상황이 엄청나게 많다.


'망가지면서까지 지켜야 할 관계는 없다는 말, 세계적인 영성 작가인 웨인 다이어의 책들을 접하면서 꼭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다'는 말은 메모했다. '거기까지의 시간을 보자기에 꽁꽁 싸서 그 자리에 가만히 놓아두고 그냥 떠나라'는 말,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어두움에 빼앗기지 마라'는 말은 직장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인간관계에서 덜 상처받는 방법으로 보였다.


'상대방이 잘못한 것임에도 당당히 사과를 요청하지 못하고 내가 먼저 부드러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의 감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저자가 말한 '정리가 되었다.'는 표현에서는 안도했다.


시어머니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밑바탕이 되어준 사람은 남편이었고 마지막은 '우리 남편'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멋지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내 마음같이 옆에 있는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은 통하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이 말해주는 듯하다. 나이 들수록 남 같이 여겨지는 순간이 많다는데 남편들에게도 읽혀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구순을 넘은 시모님을 내내 생각하게 해 준 책,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저도 모르게 물드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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