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등하거나 배짱 있거나

배짱도 능력이다

by 사과꽃



목요일 저녁이면 TV 앞에 앉아 있다. 옛날 아버지가 즐겨보시던 '가요무대' 하던 날의 기억도 자동으로 소환된다. '트롯' 열풍이 온 동네에 불고 있다.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저렇게나 많았나 매번 감탄한다.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소리라면 나도 제법 노래를 한다고 여겼다. 착각이 심했다. 젊은 날부터 노래를 좀 배워볼 것을 아쉬워한다. 아직도 착각이 심하다.


예심을 거쳐 차츰 실력자를 뽑아가는 경연 대회는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깨를 들썩이다가 읊조리는 가사에 숨을 참을 때도 있다. 자기만의 색깔로 불러내는 노래를 들으면 알던 노래도 매번 새로워진다. 원곡보다 더 멋스럽고 아예 다른 노래가 되어 소름 돋게 만들기도 한다. 방청객이나 심사자도 눈물짓게 만든다. 부르는 노래를 제가 즐기며 몸짓으로 가사를 먼저 전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유창한 가수다. 졸린 잠을 참아가며 기다릴만하다.




어제는 여러 명 그룹을 지어 팀 경연을 한 후 그 팀의 리더가 다시 경연을 벌이는 날이었다. 팀 경연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사람이 개인 경연에서 최 하위 점수를 받았다. 지금껏 실력을 인정받았고 현재 가수 이기도 한 사람이 부담감과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팀 전원 본선 진출에 실패할까 봐 팀 방문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는 그를 보았다. 너무 어질고 순한 사람이었다. 월등했는데 배짱을 좀 가지지. 팀원들이 서로 위로하는 모습이 전해졌다.


심사자들 앞에서 익히 아는 노래를 자기 스타일로 해석하여 부르는 그 자리는 세상의 한 축소판이기도 했다. 무엇을 하든 그만큼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필요한 것은 배짱이다. 배짱이 있어야 내면에 숨어있는 실력이 뻗쳐 나올 게 아닌가.


'가요무대' 같은 노래 프로를 보면서 아버지는 한 세상을 구경하셨던가 보다. 나도 노래하는 사람도 구경하고 심사하고 해석하는 사람도 구경한다.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마음도 되어본다.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배짱이 능력이라는 것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