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른다. 동그란 은색 받침 한가운데에 튼튼한 봉을 세우고 그 봉에 등을 대고 선 원형 거울이 오뚝하니 나를 바라보게 된 것이. 부서를 이동할 때마다 나를 따라왔다. 내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수시로 그 거울과 눈을 맞춘다.
남들이 나를 보아도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들은 외양을 본다.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는 얼굴도 가지고 있기에 외양이 아닌 내면은 더 보기 어렵다. 늘 바라보는 얼굴에서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다. 그렇기에 그 얼굴을 밝히는 일도 오롯이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다.
우린 얼마만큼 내 얼굴에 주체가 되어 살까. 주위에 휩쓸려서 내 얼굴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사는 건 아닌가. 옆에 선 거울이 비춰주고 있음에도 얼굴의 주인 되기가 쉽지 않다. 일상의 포로가 되어 나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지 부지런히 거울을 볼 일이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표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매 순간 같다. 표정이라는 것이 순간순간 드러나니 그 조정하기란 정말 어찌나 어려운지.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표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원하는 얼굴이 되어가지 않을까.
예쁜 얼굴을 좋아하고 예쁜 표정을 찾는 사람은 거울 속에서는 가장 예쁜 얼굴을 찾았는지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은 바로 자신의 얼굴이다. 늘 들여다 보고 바로 잡아 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