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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울 Aug 24. 2022

외래종 풀과의 전투

은퇴일기 10


 숨이 차 잘 걷지 못하는 어머니는 거실 창을 열고 마을 안산을 내다보는 게 하루 일과의 거의 전부다.

그 창으로 날씨와 사계절 변화는 물론 엘지 공단의 출퇴근 시간을 가늠하고 우체부와 택배 차량을 기다리며 가끔 오는 종교 포교단을 단골 손님 대하듯 한다. 어느 때부터인지 그 창을 무섭게 가리며 쳐들어오는 풀이 있어 저 풀이 씨내리기 전에 좀 쳐내라는 소리를 노래처럼 하였으나 누구도 한가로이 귀담아 듣지 않았다.

 자식들이 다녀갈 때 차를 몰고 한 바퀴 돌아 창문이 보이는 지점에 잠시 서서 큰 소리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는 일은 수십 년 해오던 자식들과 손주들의 빼놓을 수 없는 의식이었다. 혼자 남는 어머니 입장에서는 휑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 여운을 한 번 더 달래며 마음을 잦히는 후렴구 같은 대목이었는데  숨구멍 같던 길이 외래종 키다리 풀로 가려져 인사는커녕 차의 지붕조차 보이지 않게 되자 어머니는 급기야 완전히 고립되어 갇히고 말았다.

 올들어 부쩍 밀려드는 외래종 생태교란용 풀의 기세는 겁날 만큼 무서운 속도와 위세로 높고 넓게 텃밭을 잠식해 들어왔다. 검색으로는 단풍잎 돼지풀이 가장 근사값이었으나 다들 외래종 풀이라고만 하고 전의를 상실한 듯 눈을 제대로 맞추지 않았다. 어머니의 성화를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없어 무씨 몇 알을 파종한 후 왕좌의 게임의 아리아 스타크였을까 덩치로 보면 타스의 브리엔이 칼을 휘두르듯 긴 장대를 가지고 적진에 포위되는  어머니라도 구하는 심정으로 뻣센 풀의 중동을 좌우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쉽게 머리가 꺾이긴 했으나 굵어질 대로 굵어진 줄기는 중간 이상에서 꺾어져 볼썽사납게 참수당한 비통한 모습으로 화면의 윗부분만 겨우 정리되고 말았다. 연하고 어릴 때 말을 듣고 진작 정리할 것을, 모른 체하고 어쩔 수 없다고 내버려 둔 것이 멱살을 쥐고 덤벼오니 무섭고 놀라워 살의를 가지고 춘 나의 칼춤이 우습고도 서글프다.

 올해의 기세로 보아 내년에는 더 극성일 거라는데 어느결에 세를 늘려 주인 노릇을 하는 외래종 풀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일상의 안락을 공격하는 모습 앞에, 평생을 함께해 온 텃밭을 가꿀 힘이 없어진 노인의 삶은 무너지듯이 무력하다. 자연 앞에서 인간에 대한 친애함을 구하는 것은 인간 본위의 이기심일까, 인간 존재의 허술함에 대한 고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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