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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울 Apr 05. 2024

코코, 안녕~

조지 고든 바이런,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


별이 된 들비에게 주는 노래

                                  류근

오늘도 너는 없네 

네가 없는 빈 자리 종소리 같고

아닌 줄 알면서도 네 이름을 부르네

가슴을 허공에 놓아버리는 거네

들비야

내가 숨쉬고 눈을 뜨는 그 순간에

너는 늘 내게 따뜻한 눈빛

더 이상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처음의 마음으로 살아주다가

이젠 저 멀리 크게 빛나려고 별이 되었나

들비야

오늘도 너는 없고

너의 빈 자리

아닌 줄 알면서도 네 이름을 부르네

기억을 내 슬픔에 놓아버리는 거네

사랑한다

거기선 부디 아프지 말아야지

나 가는 동안 거기서 기다려줘

너 없는 자리 지금 너무 잘 보이네

................................................

준비 없이 갑자기 코코를 보내고, 잃고, 좀 나아졌나 싶어 카톡을 해도 주르르, 말만해도 주르르 하는 동안, 차마 코코의 눈동자가 보이는 사진은 마주하지 못하고 지내는 동안, 홀로 남은 탄이를 더 살갑게 주무르고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 하는 동안, 페북에서 보던 류근 시인의 들비도 심하게 아프다 떠났다. 그의 이별시를 빌어 그 들비란에 코코를 대입시켜 읽어 보았다. '기억을 슬픔에 놓아버리는 거네...'


손에 익은 온기와 보드라움과 매번 카메라 초점을 흐릴만큼의 꼬리치기 명수, 간식 좋아하고 분명한 의사표현으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던 애교쟁이.

허리 아파 잘 못걷고 그 차안에서 요동쳐 그만 차단기를 망가뜨리고 입원하고 와 거실 소파를 뒤로 놓고 살 때 생각 나, 영영 뒷다리로 못 일어나면 어쩌나 했는데 그 후로 너무 잘 걸어줘서 고마웠어.

지난 해 당뇨판정을 받을 때 암담했는데 소변검사지가 갈색에서 맑은 빛으로 돌아올 때도 정말 행복했어.

죽기 사흘 전에도 산책을 무난히 하고 와 주말에 심하게 토해서 응급으로 두 번 병원에 다녀올 때만 해도 예전의 코코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 또 앞발로 쓰레기통 벅벅 긁으며 간식 내놔라 할 줄 알았지, 병원 주차장에서 걷기 힘들어하는 모습에도 먹은 게 없이 속이 비어서 그런 줄만 알았지. 

마지막날 네가 진득한 검은 변을 보고 생전 처음 보는 모습으로 연체동물처럼 몸이 풀어져 쿠션에 몸을 감고 헐떡일 때도 너무 놀랐지만 의사선생님 말대로 수혈만하면 기운 차릴 줄 알았어. 정말이지 그렇게 힘들어 검사받다가 넘어가 심폐소생술까지 하게 될 줄은... 

간과 심장이 그렇게 커지도록 몰라서 미안해, 많이 아팠을 텐데... 

말년까지 생리를 하고 정염의 밤을 보낼 때도 너를 중성화 수술하지 않는게 좋을 거란 전주인의 말만 듣고 더 고생시켜 미안하고 개로서 본능을 거스르는 수행자적 고문을 강요하는 죄책감만 컸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그건 아프다는 네 언어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더 마음 아프다. 응급실 병원에서 암수술 네 번이나 하고 보낸 닥스훈트 주인 얘길 들으며 순간 병원비 걱정이 앞섰던 것도 맘속 깊이 사무치게 미안해.  


오늘 저 핏빛 단풍나무를 보고 네 무덤의 상징처럼 와 닿았어. 너는 할머니네집 살구나무 아래 밭둔덕에 묻혀있지만... 나는 그 살구를 차마 먹지 못할 것이고... 먼 훗날 세상의 마지막 기차를 타고 갈 때 너는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고 일산 동물의료원 수의사샘이 위로해주더구나. 며칠 후 그 병원에서 조심스레 전화가 왔어. 초록색 강아지옷이 분실물로 있어서 전화드렸다고, 강아지를 잃었는데 옷이 무슨 소용이래요? 하며 주르륵


네가 떠난 그 날 아침 큰아들에게 전화로 알린 두 시간 후, 거제도 고현동 집앞에 저렇게 뿌리까지 완벽하고 선명한 무지개 다리가 놓인 거야, 큰아들은 제 아들에게 코코가 너에게 인사하러 왔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자기를 보러 온 것같이 느꼈대. 코코 너는 끝까지 신비로운 영혼의 존재였어. 저 무지개를 보면서 네가 아프지 않은 좋은 곳으로 잘 떠나갔다는 것을 믿게 되어 큰 위로가 되었어 


 우리 모두의 큰 사랑을 받고 더 큰 사랑을 주고 따뜻한 봄에 떠난 코코, 이제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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