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 숨 쉬는 건 원래 어려운 거야

당장 죽을 것 같은데 숨을 어떻게 쉬라는 거야!

by 차고요

올여름 나는 동네에 있는 작은 수영장에 다녔다. 아주 오래전 들었던 기초 강습을 떠올리며, 샤워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부담을 내려놓고 자유수영을 등록했다.


첫날, 자유수영은 시간제한이 있다는 이야길 듣고 걱정부터 앞섰다. 시간이 너무 적은 것 아닌지, 충분히 수영은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시간은 무슨! 나는 몇 분도 버티질 못했다. 평소에 숨 쉬기 운동만 하던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 중에 나만 헉헉대며 숨을 쉬고 있었다. 얼굴은 빨개지고, 콧구멍과 입은 크게 확정되었다.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 같은 폐는 풍선처럼 부풀었다 오므라 졌다를 쉬지 않고 반복했다.


신선한 공기가 내 몸을 가득히 휩쓸고 지나가니 점차 호흡이 안정되었다. 그리고 '물속에서 숨을 못 쉬니까 자칫 잘못하다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죽기 살기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꼿꼿한 나무 막대기가 수영을 하면 이런 모습일까.


웃긴 건 그 당시 내가 있었던 곳은, 성인 키 기준 허벅지 정도 물이 있는 귀여운 유아풀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얕은 물도 방심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음파 음파
음 할 때 숨을 내뱉고, 파 할 때 들이쉬세요.

기초 강습 때 배웠던 선생님의 말씀을 더듬더듬 기억해 봤다. 머릿속 이론대로라면 나는 이미 인어였다. 꿈은 완벽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평생을 함께한 몸뚱이인데 도대체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당장 죽을 것 같은데 숨을 어떻게 쉬라는 거야!


숨 쉬는 법을 모르니 힘들었고, 창피함에 이어 내 자신에게 화가 날 정도였다. 내 옆을 유유자적하게 수영하는 사람들은 물개인가 돌고래인가 인간 병기인가. 저 사람들 폐에는 커다란 공기통이 달려있기라도 한 것인지 내심 부러운 마음도 들었고, 누구에게나 처음 있는 법! 나도 할 수 있다는 약간의 오기도 들었다. 그래서 멈출 순 없었다.


숨을 못 쉬겠다면 참고 가보자! 그렇게 하루는 숨을 쉬지 않고 왔다 갔다 해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슬쩍 자신감이 생기면은 고개를 까닥 돌려 숨을 들이마셔 봤는데 코로 들어오는 물이 반 이상이었다. 마시는 수영장 물맛이란! 머리와 코 안 쪽 사이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매워서 쓰라릴 정도였다.



여기 있는 수영장물 다 마실 때쯤은 숨 쉴 수 있겠지...






헉헉대고 쓰라린 고통을 느끼며 반복하던 어느 날, 이렇게 안타까운 모습이 짠했는지 어쨌는지 어떤 한 남성분이 내게 말을 걸으셨다.



호흡할 때 억지로 몸을 돌리지 말고
왼팔을 쭉 뻗어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이 돌아가게 되는데

그때 숨을 쉬면 됩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씀이었다. 가장 중요한 이론이었다. 숨은 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럽게 쉬어야 한다.


그래서 일일스승님의 말씀을 머리에 새기고 힘을 빼며 천천히 수영했다. 내 몸이, 내 몸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랬더니 세상에! 미약하지만 숨을 쉴 수 있었다. 나의 첫 수영 호흡이 트이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 바퀴 돌아와서 이 기쁜 마음을 전달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숨쉬기가 훨씬 편해졌어요.





사람들이 평생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바로 '숨쉬기 운동'이다. 평소엔 자연스럽고, 힘도 들지 않는 숨쉬기는 수영이나 등산처럼 힘든 운동을 하게 되면 그 소중 함을 느낄 수 있다. 수영은 오로지 본인의 호흡과 움직임에 흘러간다. 게다가 일렁이는 물살까지 더해지니 내 의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고 잘못하면 큰일이 날수도 있다. 그래서 수영할 때 호흡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이 호흡만 천천히 조절하면 앞으로 나가기는 쉽다.


우리가 처음으로 큰 고통을 느끼는 순간은 태어나서 첫 숨을 쉴 때다. 태어나기 전까진 모체와 연결된 태반호흡을 간접적으로 하다가, 갑자기 낯선 공기를 마시며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해야 하는 일. 숨쉬기. 이 '처음'이 주는 불안함은 아주 크다. 갓 태어난 아기가 숨 쉬는 고통이 힘들어서 운다고 배웠다. 지금 우리는 태어난 지 오래되어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첫 숨쉬기는 엉엉 울정도로 힘들었다. 그렇지만 어느새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으로 녹아들었다.

'이제 숨 쉬어야지!' 하며 의식 하는 게 아니라 어느새 내가 날 위해서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익숙해져서 그렇지 숨 쉬는 건 힘든 게 맞다.


지하철 안 고소한 델리만쥬 냄새를 맡았을 때 그 공기를 한껏 들이켤 수 있는 능력.
불쾌한 담배 냄새를 피해 숨을 딱! 멈추고 지나갈 수 있는 능력.


우리는 이토록 어렵고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매일매일 행하고 있다. 숨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가장 중요한 증거임의 동시에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행위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쯤에서 크게 한 번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었으면 좋겠다. 그럼 본인이 얼마나 많은 공기를 내쉬고 내뱉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시고 내쉰 그 한숨 공기만큼 스스로 가치가 있는 존재이라는 것을, 내가 내 몸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숨 쉬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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