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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by 김하록

[평안북도 정주시 미생물․가금․화학 세균전 연구소]

평안북도 정주시 25호 공장과 지하 궤도로 연결된 곽산비행장 인근 지하 핵미사일 사일로의 한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은 온갖 특이한 능력을 가진 생명체들의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서 인간의 유전자와 조합․재배열 매칭을 무한대로 반복하며 새로운 슈퍼 인류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실험을 총괄하는 장익재 대좌가 실험실과 특수유리창을 통해서 마주 보고 있는 컨트롤 타워에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리인철 특무상사! 도끼로 1번 실험체의 팔목을 내리쳐라우."

"네, 알갔슴네다, 대좌 동지!"

퍽퍽퍽! 몇 번의 도끼질로 귀청을 찢을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실험대의 손과 발목 잠금 장치에 묶여있던 실험체 1호의 손목이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대좌 동지! 아직도 떨어진 손목이 스스로 꿈틀거리고 있슴네다."

"이 보라우 김철남 동무! 거기 잘린 손목에서의 변화를 잘 지켜보고, 다른 쪽 손목을 전기톱으로 썰어보라우."

"네, 알갔슴네다, 대좌 동지!"


실험대 위로 전기톱을 들어올려 작동 스위치를 당기자 윙하는 소리와 함께 전기톱에 눈위에서 돌아가자 실험체 1호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처절한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김철남 연구원이 실험체 1호의 왼쪽 손목을 전기톱으로 퍼퍼벅 썰어가자 핏방울이 김철남 연구원의 얼굴 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튀겼다. 비명 소리가 극에 달함과 동시에 또 다른 손목이 실험대 아래 바닥에 툭하고 떨어져서는 계속해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김철남 동무! 잘려진 손목에 네오블라스트가 생성이 된거네?"

"오른쪽 손목에는 네오블라스트가 생성되고 있슴네다. 왼손은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입네다."

"알갔어! 1호는 그대로 셀에 옮겨서 시시각각 변화를 관찰 기록하고, 2호의 상체는 덮개로 보호하고, 하체를 화염방사기로 근접해서 지져보라우!"


실험체 2호의 눈동자가 좌우로 사정 없이 흔들리며 극단적인 공포로 입에 거품을 흘리며 연신 살려달라고 비명 소리를 질러댔다. 주황색 방화수트를 입고 화염방사기를 등에 맨 요원이 들어와 실험체 2호를 향해 호스를 들어 올려서 조준하고 당기자 화염이 거세게 뻗어나가 실험체 2호의 하체가 지글지글 익으며 불타고 있었고, 2호의 입에서는 하얀 거품이 흘러나왔고 눈동자는 흰자위로 뒤덮여서 기절한 듯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리인철 동무! 거 살타는 노린내가 지독하구만. 2호도 셀에 가두고 잘려진 단면에 따라 재생능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추이를 잘 관찰하고 기록해두라우."

"네, 대좌 동지!"

"최강철 동무!"

"네, 대좌 동지!"

"동무는 박포 동무와 함께 가서 실험체 3호를 데리고 오라우!"

잠시 후 최강철 중사가 실험체 3호를 데리고 특수 실험방으로 들어온다.

"최강철 동무! 3호에게 청산가리 물을 300밀리 정도 입에다 쏟아부으라우."

"네, 알겠슴다. 대좌 동지!"


불안해 하는 기색도 없이 체념한 듯한 3호의 입을 강제로 벌려서 깔대기를 꽂아 넣고는 그 위로 청산가리 물을 쏟아부었다. 잠시 괴로움에 몸을 꿈틀거리던 3호가 이내 별 반응 없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자 장익재가 호탕하게 웃는다.


"하하하하! 독에 강한 바퀴벌레 유전자를 오려서 붙였더니만 왠만한 독에도 죽지 않는 슈퍼맨이 탄생했음메. 이번에는 칠점사 독 200밀리그람을 희석하지 말고 주사기로 직접 배때기에 주사해보라우."

"네, 대좌 동지!"


최강철이 칠점사 독이 든 앰퓰에 주사 바늘을 찔러 넣어서 독을 빨아들인 다음에 그대로 3호의 배때기에 푸욱 찔러서 독액을 밀어 넣었다.


"거 인상 쓰고 조금 꿈틀하는 거 말고는 괜찮은 모양이야. 그럼 이번에는 대검으로 배를 쑤셔서 좌우로 길게 그놈의 창자를 한번 갈라보라우."


실험체 3호는 끔직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생각보다 태연한 반응을 보인다.


"저 간나새끼래 대단하다야. 정창수 대위! 저놈의 전투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눈으로 직접 봐야갔어.

총참모부 특수작전대대 최정예 요원 5명에게 대검을 쥐어주고 저 방에 들여놓고 목과 심장만 빼고 칼탕을 한번 실컷 춰봐라고 하라우."

"네, 대좌 동지! 알갔슴네다."


잠시 후 살벌한 인상의 특작부대원 5명이 들어오자 3호의 팔목과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버튼을 눌러 풀어주었다. 아직까지 잘린 창자의 보일 정도로 출혈이 있었으나 3호는 실험대에서 몸을 일으켜 팔목과 발목을 몇 번 주무르더니 스르르 미끄러지듯이 바닥에 맨발을 디디고 일어섰다. 박철수는 기근으로 죽어가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쌀 1섬에 이곳으로 자원하여 끌려온 후 처음으로 두 발을 딛고 사람들을 마주 보고 설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마주 보는 눈빛들은 자신을 죽이려는 적의로 번뜩였다. 끊어진 창자에서 흘러나오던 출혈은 이제 거의 멈췄고 잘려진 창자의 양단면에는 네오블라스트가 형성되어서 빠르게 치유되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특작부대 최정예 요원 중 한 명이 소름끼치는 폐부를 쥐어 짜내서 내지른 기합 소리와 함께 철수의 허벅지를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고, 다른 요원은 철수의 허벅지를 또 다른 제 3의 요원은 철수의 눈을 찔러 들어왔다. 제 4의 요원은 철수의 아킬레스건을 끊으려고 했고, 제 5의 요원은 철수의 양쪽 손목과 이두박근을 베고 지나갔다. 피가 제법 흘러나왔으나 곧 멈추었고, 갈라진 곳은 알아서 아물기 시작했다. 철수와 처음으로 시선이 마주친 요원 1호는 그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뭐뭐였지? 순간 산속에서 맨몸으로 호랑이를 마주친 느낌이었어. 다들 조심하라우."

"간나새끼래 쫄았네? 니나 잘 하라우. 뭐하네 머리와 심장만 빼고 사지를 절단내버리지 않고서. 가자우!"


칼로 베고 찌르고 발로 차며 일제히 기합을 지르며 공격해 들어갔다.

마치 뭔가에 조정을 당하는 것처럼 철수는 영혼이 없는 듯한 무심한 눈길로 자신을 둘러싼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특작요원들의 공격을 묵묵히 당하고만 있던 철수는 자신의 목을 찔러 들어오는 요원 1의 배에다 자신의 오른손을 쑤셔 박고는 내장을 끄집어냈다. 요원 1은 입에 피거품을 쏟아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자신의 오금을 자르고 지나가는 요원 2를 붙잡고 철수는 손톱으로 그저 목을 그었을 뿐인데 요원 2의 목이 크게 벌어지며 피가 왈칵 왈칵 쏟아지며 그대로 즉사했다.


"저기 뭬야? 인간의 손톱이 아니잔네?"

"흡사 호랑이의 손톱처럼 길고 날카롭구만. 조심들 하라우!"

"우리도 칼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동시에 덤벼서 해치워버리자우!"


총참모부 최정예 특작요원 3명이 일제히 폐를 쥐어짜 비장한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철수는 순간 엄청난 도약력으로 공중으로 높이 솟아 오르며 두 발을 교차하며 연속으로 요원 두 명의 인중을 가격해서 그대로 즉사시켰다. 마지막까지 남은 요원이 순간 현란한 풋스텝을 밟으며 철수의 시선을 교란하려고 했다. 앞차기와 앞돌려차기, 미들킥, 카푸킥, 로킥, 회축을 구사하며 철수를 한동안 괴롭혔지만 철수에게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철수는 요원 5의 현란한 풋스텝과 위빙과 더빙을 위시한 몸동작과 예비동작 없이 내지르는 스트레이트와 좌우 훅 그리고 어퍼컷 등 다양한 복싱 스킬이 꽤 흥미로웠는지 몇 차례 타격을 허용하면서도 끝까지 각 동작의 피니쉬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했다. 그러다가 뭔가 알겠다는 듯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좀 전에 요원 5가 했던 그 발차기와 주먹질을 그대로 재현해내며 마지막에 목돌려차기로 요원 5의 목을 부러뜨리며 말 그대로 때려죽였다. 철수는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운 신음 소리와 함께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김철남 동무! 저 간나새끼래 저거 뭐하는 거야?"

"네, 대좌 동무! 정신을 지배하던 약물의 효과가 떨어진 모양입네다. 제가 들어가서 다시 스코폴라민 앰퓰 한 방 놓갔습니다."

"괜찮갔어? 위험한 거 아임메?"

"스코폴라민 한 방이면 순한 양처럼 제 말에 고분고분할 것입니다.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김철남 연구원이 스코폴라민 농축액이 든 앰퓰에 주사바늘을 꽂아서 쭉 빨아들인 다음에 특수실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철수는 엄청난 순간 도약력으로 철남을 뛰어넘어 실험실 문을 몸으로 밀쳐서 부수고 달아났다.


"이런 종간나 새끼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착각하는 거 아임메? 두 번은 없어!

우리 공화국에서 실패는 곧 아오지 탄광이자 절망이야! 그리고 또 뭔지 알간?"


장익재 대좌는 총을 꺼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김철남의 머리에 헤드샷을 날렸다. 머리가 툭 터지며 피가 얼굴에 묻자 손바닥으로 스윽 닦아 내고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

"바로 죽음이야! 리인철 동무! 비상 사이렌 울리고 전부대원들에게 방금 탈출한 3호를 반드시 생포하라고 전달하라우! 못잡으면 니들 전부다 아오지 탄광이야! 알간?"

"네, 대좌 동지! 알갔슴네다!"

"얼렁 추격 않고 뭐하네? 다들 빨리빨리 움직이라우! "

"네, 대좌 동지!"


요란한 비상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군에 박철수의 생포명령이 떨어졌다. 철수는 곽산비행장 인근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은신하기에 좋은 곳을 찾아서 달아났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할 엄청난 속도로 산을 타고 깊숙이 은신한 철수는 자신의 날카로운 손으로 뗏장을 두툼하게 잘 오려서 따로 떼어놓은 다음 땅을 파고 들어갔다. 어느 정도 깊이까지 땅을 파고는 다시 윗부분 구멍을 튼튼한 버팀목을 구해서 격자모양으로 만들고 그 위에 평평한 나무를 덮개로 올려서 단단히 지지하게 한 다음 따로 떼어 둔 뗏장을 위에 올려서 땅굴의 제일 윗부분에 덮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위장을 해두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뗏장을 밀어올리고는 조용히 하지만 민첩하게 몸을 날려 곽산비행장 인근 아시안 하이웨이 1번 도로 쪽으로 접근했다. 정말이지 범과 같은 몸놀림이었다. 숨죽이며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철수의 눈에 마침내 덤프트럭 한 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트럭이 지나가기 직전에 몸을 날려 덤프트럭의 뒤에 조용히 올라선 철수는 슬그머니 트럭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매달려서는 남쪽으로 계속 이동을 했다.


평양을 지나 사리원쪽으로 계속 남하를 했고, 사리원시에서 트럭이 정차를 하는 바람에 또다시 밤까지 야산에 은신해 있다가 평양 개성간 고속도로로 접근하여 개성 쪽으로 이동하는 다른 트럭을 잡아타고는 개성나들목까지 이동했다. 건물과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을 피해 개성나들목 도착 직전의 인근 야산으로 숨어들 생각으로 다시 트럭의 짐칸 위쪽으로 슬그머니 올라가 고속도로 밖으로 몸을 날렸다. 몇 차례 구른 뒤 아무런 상처 없이 일어선 철수는 민첩한 몸놀림으로 산을 타고 개성공단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지배하던 약물의 효과가 떨어지자 철수는 군복과 실험복 등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 대해 깊이 뿌리 박힌 근원적인 두려움과 공포가 살아났고,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극단적인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일어난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각이 없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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