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죽음을 부르는 말!

by 김하록

# 1. 인트로

[한결의 독백]

정한결: 나는 늘 궁금했다. 내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면 왜 그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는 것인지, 그리고 왜 내 성대에서 나온 목소리가 그의 목소리와 똑같은지? 당신도 타인의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본 적이 있는가? 현재의 내 모습이 과연 나인 것인가?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러 나는 세상 곳곳에서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간다.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환상이나 공상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인가?


# 2. 토요일 아침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몸을 뒤척이며 자명종을 더듬어서 끄며, 겨우 눈을 뜨는 한결]


정한결: 지금이 몇 시야? 아홉 시 삼십 분! 여보!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정한결: 아 맞다. 테니스 치러 갔지.

[일어나 세수하고, 가벼운 양치를 하는 한결]

[계란찜 전용 그릇에 달걀 일곱 개를 깨서 수저로 휘저으며 노른자와 흰자를 골고루 잘 섞어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10분 시간을 설정한 다음 시작 버튼을 누르는 한결]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와 계란찜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전자레인지 알림음]

[적당한 양의 밥을 담아둔 용기 하나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 동안 데우는 한결]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전자레인지 알림음]

[김과 멸치볶음, 김치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아이들의 수저와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은 후 아이들의 접시에 계란찜과 밥을 뜬 다음 아이들을 부르는 한결]

정한결: 얘들아! 일어나! 얼른 세수하고 밥 먹자! 아빠가 맛있는 황금 계란찜 만들어 놨어.

정이수: [안방에서 자고 있던 이수가 잠투정을 한다.] 아빠! 눈이 안 떠져.

정한결: 일어나서 세수하면 잘 떠질 거야.

정한결: 아이! 눈이 부셔서 못 뜨겠다고!

정한결: 그러면 일단 몸을 일으켜서 아빠가 하는 것처럼 눈을 서서히 한쪽 눈부터 떠보렴. 그래서 괜찮으면 다른 쪽 눈도 그렇게 뜨면 돼.


[한결이 시킨 대로 해서 일어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거실 매트에 다시 드러눕는 이수]

[거실 화장실 옆에 붙어있는 방에서 첫째 아들 이건이 일어나서 식탁에 앉았다가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보는 소리]

[화장실 변기에 물 내려가는 소리]

[매트에서 일어나 식탁에 앉는 이도]


정이수: 우와! 아빠! 계란찜이 노란 카스테라 같아! 아빠가 수저로 뜰 때 소리가 나!

정한결: 어떤 소리가?

정이수: 음, 듣기 좋은 소리!

정이건: 맛있는 소리요!

정한결: 그래, 맛있게 많이 먹고, 부족하면 더 달라고 말해.

일제히: 네, 잘 먹겠습니다.


[아침을 먹은 후,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부은 후, 물 높이와 세탁 시간과 헹굼 횟수, 탈수 세기를 조절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는 한결]

[식탁을 치우고 아이들과 자신이 먹은 그릇들을 설거지하고,[식기들을 물로 헹궈서 건조대에 가지런히 올려놓는 한결]

[식사 후 핸드폰과 패드로 게임을 하기 시작하는 아이들]

[설거지를 마친 후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켜는 한결]

[문서 폴더에서 자신이 쓰던 소설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서 열고, 몰입상태에서 열심히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정한결: 휴! 드디어 완성했다. 이젠 저작권 등록 신청을 하면 되는 건가?


[한국저작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저작권 등록 신청을 마친 한결]


정한결: [핸드폰 화면에 나온 시간을 보며] 좀 많이 늦네. 무슨 일이지?


[강지수에게 전화를 거는 발신음]

강지수: 여보세요!

정한결: 어 여보! 어디쯤 왔어?

강지수: 으이구! 고새를 못 참아서 전화질이야? 거의 다 왔어.

정한결: 그게 아니고, 평상시보다 한시간 30분이나 늦으니까 그랬지.

강지수: 게임을 하다보면 좀 더 걸리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정한결: 무슨 게임을 그렇게 오래 해?

강지수: 오늘은 단식도 하고 복식도 하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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