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간
# 6. 새로운 갈등의 불씨
[다시 말들이 오가며 조금 진정되고, 화해 분위기로 변해가는 찰나에 울리는 강지수 핸드폰 수신음]
강지수: 여보세요?
유진성: 여보세요. 여기 계양경찰서인데요, 통화를 하시다가 끊어져서 연락드렸습니다. 무슨 말 못 할 상황이 있는 거죠?
강지수: 아 저희 화해해서 안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정한결: 씨발! 기어코 전화하더니 이 지랄이야. 우리 화해했으니까 오지 마세요.
최규철: 아 그래도 확인해야겠으니 가겠습니다.
정한결: 야이 새끼야! 오지 말라고. 니들 오면 니들 때문에 이혼하는 거야.
유진성: 욕하지 마세요. 지금 다 녹음 중입니다.
정한결: 오지 말라고 해. 잘 들어 경찰 오면 진짜 이혼이야 알았어?
강지수: 저 정말 안 오셔도 됩니다. 우리 괜찮습니다.
유진성: 그래도 저희는 신고를 받으면, 규정상 방문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정한결: [강지수의 전화기에 대고] 누군가에게는 경찰이 집에 오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치욕일 수 있어. 그러니 그냥 돌아가!
유진성: 그래도 들러야겠습니다.
정한결: 돌아가라고 새끼야!
최규철: 욕하지 마세요. 지금 다 녹음 중입니다
정한결: 지금 녹음하고 있다고 했지? 명심해! 지금부터 벌어지는 상황은 니들이 자초하는 거야. 내가 폭행을 했어, 협박을 했어, 도대체 뭘 했어? 그리고 니들 영장 있어? 난 니들이 와도 영장 없이 문 열어줄 생각 없어. 영장 없이 강제로 들어오면 주거침입죄로 신고할 거야. 그리고 임의동행 그런 요구에 응할 의사도 없으니까. 니들이 와도 할 게 없어.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
최규철: 신고를 받게 되면 저희는 출동을 해야 해서.
정한결: 그건 니들 내규에 불과한 거고.
최규철: 암튼 저희들이 들릴 테니 그리 아세요.
정한결: 잘 들어. 니들이 기어코 오겠다면, 정말로 끔찍한 일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건 전적으로 너희들 책임이야. 도대체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고자가 아무 일 없다고 하는데, 왜 니들 업무지침에 따라 꾸역꾸역 찾아오려고 하는데? 그냥 돌아가서 모두가 해피한 결말을 맞이하든, 기어코 와서 비극적인 상황을 보든 마음대로 해.
유진성: 정말 아무 일 없는지 확인만 하고 갈 테니까...
[갑작스러운 통화 종료음]
# 7. 살인
[불안한 음악]
정한결: [눈빛이 돌변하며] 이런 개쌍년이 기어코 가벼운 언행으로 화를 자초하네.
강지수: 그래. 개 같은 니 성질이 어디 가겠어?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그밖에 다른 모든 걸 팽개치고, 그 작은 일에 몰입해서 자신도 불태우고, 주변도 다 태워버려야 속이 시원해지는 그 더러운 성질 말이야. 이런 마당에 내가 뭘 더 숨기겠어! 니가 묻고 싶어도 차마 헤어질 용기가 없어서 묻지 못한 거. 맞아! 나 테니스 코치와 잤어.
정한결: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허! 말이 안 나오네. 그걸 왜 이제야 말해?
강지수: 너 같으면, 말해주겠어?
정한결: 그래, 니가 테니스에 미쳐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향수 뿌리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 그 자세 교정한다고 몸매가 다 드러나는 레깅스 입고 갈 때부터 말이야.
강지수: 왜 궁금한 게 많을 텐데, 다 물어봐. 우린 이미 글렀잖아.
정한결: 그래. 몇 번이나 잤어?
강지수: 지난 1년간 매주, 하루에 2시간 정도, 할 때마다 여덟 번은 기본적으로 했어. 그리고 공휴일이나 평일에도 내가 마사지하러 간다고 한 날은 어김없이 그 코치랑 잤어.
정한결: 좋았어?
강지수: 그걸 말이라고 해? 너 같으면 안 좋은데, 할 때마다 여덟 번 하겠니?
정한결: 그놈의 뭐가 그리 좋았는데?
강지수: 너랑 달리, 그냥 나의 공허함, 그냥 나를 꽉 채워주는 느낌이 좋아. 그것만으로도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말이야. 게다가 테크닉은 얼마나 화려한 줄 알아? 그냥 매번 새로운 사람과 하는 느낌이야.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늘 처녀로 만들어줘.
정한결: 매번 널 처녀로 만들어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강지수: 하긴 당신이 알 리가 없지. 매번 처녀처럼 찢기는 고통조차 행복한 여운으로 내 몸에 남아서 오랫동안 전류처럼 흐르는 그런 느낌을 줘. 나를 충만히 채워준 그 느낌이 오래 지속되는 만큼 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퍽! 강지수의 왼쪽 뺨을 주먹으로 후려치는 정한결]
[강지수의 몸이 날아가서 베란다 유리창이 깨어지는 소리]
[손발로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는 장면과 강지수의 비명소리]
[강지수의 머리를 잡고 목을 반시계 방향으로 빠르게 돌려버리는 정한결]
[섬뜩하게 목이 부러지는 소리]
정한결: 이런 개씨발년이! 니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어? 이 개 같은 년이 기어코 꼭지 돌게 만드네. 지 혼자 망할 것이지, 감히 내 인생까지 망치려고 들어? 그 더러운 입! 조용하니까 세상 좋네. 하하하!
[초인종 소리]
정한결: 기어코 출동했단 말이지.
[문 열어주는 소리]
유진성: 저 계양경찰서 범죄예방 대응과 유진성 경사입니다. 아무 문제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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